EBS 수능 동영상 강의한다는데…학교는 '거북이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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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음악 파일 하나를 내려받는 데도 30초 이상, 게다가 중간에 끊겨 내려받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38%….

현재 일선 고교의 인터넷 환경이 동영상 강의 시청은커녕 파일 하나를 다운로드받기도 벅찰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일 EBS의 수준별 수능 인터넷 강의가 시작되면 학교 시설에 의존해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게다가 수능 동영상 강의를 듣기 위해 학생들의 EBS 홈페이지(www.ebs.co.kr)에 접속이 폭주할 경우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강의가 끊기거나 화면이 느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와 EBS는 20일께부터 수능 위성 및 인터넷 방송의 시험방송을 실시해 학생들이 제대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지 점검키로 했다.

◇느려터진 학교 인터넷=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장익 연구팀은 최근 교육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일선 고교 36곳의 인터넷 환경을 조사했다.

학생들이 PC실에서 수업시간(오전 9시~오후 5시) 중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내용을 보는 데 평균 6~11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고교에서 인터넷 회선 용량은 E1급(2.048Mbps.초당 204만8000비트 용량 처리)에 불과한 데다 많은 학생이 동시에 접속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통신망은 이보다 수배 이상 용량이 크다.

게다가 파일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32.2초 이상 걸리기도 했으며, 10개 PC 중 3개 이상에서 작업이 중간에 실패했다.

문제는 동영상 강의를 시청할 때다. 파일 내려받기가 아니라 해당 동영상 파일을 전송받아가면서 내용을 보는 방식(스트리밍)은 현재 학교 인터넷 환경에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정에 초고속 통신망이 깔려 있지 않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현재 학교의 회선 규모를 지금보다 배 이상(최소 5Mbps) 늘려줘야 동영상 강의 시청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서버 다운 우려=현재 EBS 수능 인터넷 서버가 감당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 수는 1만5000여명. 하지만 수능 인터넷 강의가 시작될 경우 동시접속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질 전망이다. 접속자 수가 서버 용량을 초과하면 접속이 안 되거나 화면이 느려지는 등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EBS는 이에 따라 4월 1일 전까지 서버 수를 늘리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회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의 동영상 파일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학교가 인터넷 접속자 수가 적은 시간에 강의 내용을 일괄적으로 내려받은 뒤 학생들에게 보여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경재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 국장은 "서버 증설, 시험방송, 동영상 강의 다운로드 등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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