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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들어떻게자라나>1.父母이기심이 생고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5월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달-.우리의 아이들은 얼마만큼 보호받고 권리가 존중되고 있는가.또 그들은 얼마나 행복한가.한국을포함한 전세계 1백70개국이 「어린이.청소년에게 최선을 보장하려는」 유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에 비준했다.
이 조약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공동육아연구소,어린이도서연구회,부스러기선교회,한국유아교육학회,인권운동사랑방,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 등 15개 민간단체가 「어린이.청소년 권리 연 대회의」를결성했다.연대회의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우리 아이들의권리상황에 대한 민간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확인된실태를 바탕으로 좀더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中央日報는 연대회의와 공동기획으로 「우리 아이들 어떻게 자라나」시리즈를 마련한다.
[편집자註] 『엄마- 하면서 가슴에 안겨보는게 소원이에요.』『집에 가자마자 아빠가 빗자루를 들더니 계속 때리고 재떨이를 던지려다 식칼을 잡으려고….모든게 다 귀찮고 살고싶지 않아요.
부스러기선교회가 후원하는 전국 각지의 탁아소.공부방 어린이와청소년들이 「우리 집」「엄마.아빠」에 대해 쓴 글들이다.경제기적을 이뤘다는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가정환경」을 잃은채 멍든가슴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수없이 많다.
어린이들이 가정환경을 상실하는 것은 부모의 사망이나 사고 및질병 때문만이 아니다.부모의 이혼이나 가출에 따른 가정환경 상실,그리고 어린이나 청소년 스스로 가정을 포기하고 가출하는 바람에 가정환경을 상실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소년.소녀 가장(家長) 추이를 조사한 통계청 조사(94년)를보면 7천3백39명중 부모가 사망하는 바람에 가장이 된 소년.
소녀는 3천4백34명.부모의 가출.이혼.재혼.복역 등의 이유로가장이 된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 보다 더 많은 3천4백69명에이른다. 어느 조사결과를 보아도 가정이 파괴되는 직접 요인으로는 부모의 가출이나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교육.경제수준에 상관없이 자녀양육의 책임을 회피하며 이기적으로 자신의 편안함만 추구하는 비윤리적 풍토가 넓게 확산되는 조짐이 완연하다.특히 가난한 부모들의 부성(父性).모성(母性) 포기 현상은경제개발정책이 시작된 6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농촌이피폐해지면서 이농(離農)한 도시빈민 1세대들이 「잘 살아보세」의 꿈을 안고 일하는 사이 그 자녀들은 방치됐고,단란한 가정과부모의 따듯한 사랑을 모르고 자라 부모가 된 세대들 역시 무책임한 부모의식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94년1월부터 올 3월까지 부스러기선교회가 조사한 결손가정 사례 분석결과는 더욱 놀랍다.전국 34개지역 어린이 8백명 가운데 도움이 가장 시급한 「가정환경 상실 아동」의 상황을 따져보니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7,8세 이전에 부모가 가출한경우가 약 55%.이 어린이들이 결손상태로 방치돼온 기간이 5~14년인 경우도 49%에 이른다.이런 어린이들은 친척이나 교회.사회복지기관 등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았을 뿐 가정환경이상실된채 철저히 소외돼온 셈이다.
부모의 가출로 실질적 가장노릇을 하는 어린이들은 주민등록상 부모가 현존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조차 받지못해 일부 민간단체들의 얼마 안되는 후원금으로 근근이 살아야 한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 조사에서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는 초.중학생이 3천16명으로 1년전보다 약27% 늘었으며,그중 부모의이혼 등으로 인한 결손가정 자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실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준다.
어린이-가족부 장관과 함께 「바네옴부데」라는 어린이 자문기관을 두고있는 노르웨이의 노력은 귀감이 될만하다.어린이들은 전국어디서든 기본통화요금만 내고 「바네옴부데」로 전화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어린이 복지와 관련된 법률 등을 제안할 수 있다.이렇게 수집된 중요 안건들은 매달 한차례 TV 공개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이처럼 미래의 주인공들이 좀더 행복하게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배려를 한국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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