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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Life] "기형 신생아 치료율 높아 … 너무 걱정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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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대병원 최초의 여성 외과의사인 박귀원(59·사진·서울대병원 외과, 대한여자의사회 회장) 교수가 지난달 27일 4회 바이엘쉐링 임상의학상을 받았다.

지난 20년간 식도·소장·항문이 막히는 등 선천성 기형아로 태어나 그에게 수술받은 신생아는 2400여 명.

“처음엔 ‘꼬맹이들을 어떻게 수술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두렵기도 했지만 이들이 자라서 병사용 진단서를 끊으러 올 때는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1985년 대한소아외과학회를 설립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신생아의 평균 체중은 3.3㎏인데 식도 폐쇄 등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의 체중은 이보다 더 가볍습니다. 2∼2.5㎏의 소중한 생명이지요. 당연히 각종 장기가 성인보다 작아 꽤 어려운 수술을 요합니다. 마취가 특히 힘든데 다행히 주변에 유능한 소아마취과팀이 있어 수술할 때 마음이 놓여요. 소아외과 의사에게 아이의 몸은 성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그의 수술 욕심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1980년대 초엔 한 해에 1097건의 수술을 집도한 기록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외과의사 봉달희’‘뉴하트’ 등 TV 의료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외과의사의 ‘대모’다.

“제가 외과에 입문한 80년 당시엔 여자가 외과의사를 한다는 것은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꼭 하고 싶었던 전공이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고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없어요. 현재는 외과 의사의 30%가 여성입니다.”

그는 신생아의 기형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산전 초음파를 통해 기형이 확인되면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란다.

“신생아 기형의 원인은 잘 모릅니다. 뾰족한 예방법도 없어요. 산전 초음파를 통해 기형을 모두 찾아내지도 못합니다. 다행히 요즘엔 수술기술이 발달해 신생아 기형 수술은 거의 100%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기형이 있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바이엘쉐링임상의학상 한만청 운영위원장은 “박 교수는 소아외과학에서 독창적인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봐 국내 소아외과학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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