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케빈 스미스 감독, '저지 걸' 모티브는 "바로 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올림픽 말고는 잘 몰라요. 실은 저는 미국도 잘 몰라요. 뉴저지만 좀 알죠."

'한국에 대해 뭘 아느냐'는 가벼운 첫 질문에도 케빈 스미스 감독은 만만치 않은 입담으로 응수했다. 톡톡 튀다 못해 신랄하기까지 한 그의 영화들의 대사와 닮았다.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의 관계를 우리식으로 풀면 서울 명동이나 강남과 변두리 위성도시쯤 될까. 이 변두리 동네를 무대로 줄곧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영화사 이름도 '삐딱이'냄새가 폴폴 나는 'View Askew'(비뚜름하게 보기)다.

이런 그도 나이를 먹는다. 메이저 영화사 미라맥스와 손잡고 만든 '저지 걸'에는 그 자신이 딸을 둔 아버지가 된 경험과 이번 영화를 완성한 직후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관계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언뜻 부인을 잃은 젊은 아버지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에도 장르 영화의 뻔한 설정을 피해가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이 살아 있다. 예컨대 주인공 부녀가 학예회에서 선보이는 뮤지컬은 남들이 다 하는 '캐츠'가 아니라 손님을 살해한 인육으로 파이를 만들어 파는 엽기적인 이발사의 이야기 '스위니 토드'다. 극중에서 딸 거티가 보여 달라고 졸라대던 '캐츠'가 막을 내려 아버지 올리가 대충 골라 관람한 것이 하필이면 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홉살 때 맨해튼에 가서 처음 본 이후로 어린 내 마음 속에는 최고의 뮤지컬로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런 내 경험에서 나온 거죠."

이런 경험이 통념보다 솔직한 것인지 모른다. 영화 속 일곱살짜리 소녀 거티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더티 댄싱'을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지 걸'은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얘기예요. 내가 줄곧 해왔던 얘기죠. 주인공의 상대가 '체이싱 아미'에서는 레즈비언이었다면 이번에는 일곱살짜리 딸이 된 거죠."

'체이싱 아미'와 '저지 걸'양쪽의 주연인 벤 애플릭에 대해서는 "내 자아의 다양한 변형"이라면서 "내 전기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벤 이외의 배우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과 우정 사이의 비중을 묻자 더 한층 직설화법을 마다하지 않는 답변이 돌아온다.

"벤은 친구로서는 나한테 한번도 잘못한 적이 없어요. 배우로는 음,'질리'같은 영화에도 출연을 했죠. 그가 '너랑 더 이상 영화 안찍어'하면 상당히 상처를 받겠지만 친구로서 그를 잃는다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