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모터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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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동차 초기 역사에서 휘발유엔진은 증기(蒸氣)나 전기(電氣)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시동걸기가 쉽고 힘도 괜찮은데다 엔진을가볍게 만들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았지만 워낙 시끄럽고 악취와연기도 심해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독일의 벤츠와 다임러가 1885년 최초의 실용적인 휘발유엔진을 만든 후에도 이런 인식이 곧바로 바뀐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꼭 1백년전인 1895년 미국에 있던 3천7백대의 자동차중 2천9백대가 증기자동차였고 5백대는 전기,나머지 3백대만이 휘발유자동차였다.이런 불리한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실력」을 입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경주는 1894년 프랑스 파리~르앙간 1백26㎞ 도로에서 열렸다.프랑스 프티 주르날紙 주최로 열린 이 경주에서 다임러 휘발유엔진을 단 르바소르의 차가 승리했다.1895년 미국의 시카고 타임스 헤럴드 주최로 열린 「말없는 마차」경주도 「두리에」라는 휘발유자동차의 승리로 끝났다.유럽과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경주에서의 잇따른 승리가 19세기의 마지막 10년간 벌어진 증기와 전기의 치열한 경쟁에서 휘발유엔진이 최종 승자가 되는 전기(轉機)가 됐다.
경주에 나서기 위해 늘어선 각양각색의 자동차들도 훌륭한 구경거리였다.성능과 멋에서 앞선 차를 경주에 내놓기 위한 자동차 제작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모터쇼」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경주와는 별도로 여러 메이커의 최신형 자동차를 한 곳에 모아 대중에 공개하는 요즘 의미의 모터쇼는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최초로 열렸고 이듬해엔 프랑스 파리가 뒤를이었다.모터쇼는 각 메이커간의 경연장이자 세계 자동 차산업의 현주소와 미래像을 함께 보여주는 곳이다.프랑크푸르트.파리.디트로이트.도쿄등 이른바 4대 모터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해마다 1백회를 웃도는 크고 작은 모터쇼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모터쇼인 「95 서울 모터쇼」가 4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자동차-움직이는 생활공간,풍요로운 삶의실현」을 주제로 삼았다.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지금 위치에서 보면 뒤늦은 감도 들지만 그래도 40년전 시발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들고 20년전에야 첫 고유모델 자동차를 선보인 나라로서는 대견스러운 성장이고 뜻깊은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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