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이런사고가>4.허술한 재난구조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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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해말 13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서울마포구아현동 가스폭발사고 현장 부근에서 1일 오후 또 다시 가스가 새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민 李모(35.여)씨는 가스냄새가 코를 찌르자 서둘러경찰에 신고했다.오피스텔앞 현장을 둘러본 경찰관은 가스누출 사실만 확인했을 뿐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돌아갔다.
경찰의 연락으로 가스회사 직원은 25분뒤에 왔으나 복구팀은 1시간35분뒤에야 도착했다.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주민 20여명이 모여들었다.이들은 가스누출 사실을 주민들에게 바로 알려주지 않은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도시가스 폭발사고때 붕괴된 지하철공사장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119구조대였다.사고 30분쯤후 도착한 구조대는 지하에 추락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겼다.
그러나 『아직 가스가 차있어 2차 폭발이 우려된다』는 말에 주춤했다.안전하다는 얘기를 듣고 구조대원들이 다시 구조에 나서려는 순간 두번째 제동이 걸렸다.『구조용 밧줄을 매달 철제빔이폭발 후유증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때문이 었다.
결국 구조작업은 가스회사.지하철본부측의 점검을 차례로 받은뒤사고 1시간10분이 지난 뒤에야 가능했다.초를 다퉈야 할 구조는 이미 어렵게 됐다.
구조대 출동때 가스.지하철공사 전문가등이 함께 모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후 구조작업을 위해 출동한 인원은 많았으나 전문인력과 제대로 된 장비가 부족해 위험한 장면이 계속 발생했다.
미국(美國)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탄테러사건때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활동은 이 점에서 돋보였다.당시 테러현장은 미국 전역에서 온 수사.구호요원으로 가득 찼다.무질서한 구조작업이 도리어 생존자 구출에 어려움이 될 수 있었다.
FEMA는 모든 정보를 집중,체계적으로 움직였다.또 10개가넘는 현장 구호조직과 1천여명의 구조요원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함으로써 큰 성과를 올렸다.
지난 2월 전북군산 금강하구둑 상류에서 얼음물속에 빠진 30대 남자가 40여분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사투를 벌이다 끝내 숨지는 장면이 TV에 보도됐다.그는 경찰의 늑장 대응등 허술한 긴급구조체제의 희생자였다.
뼈아픈 경험을 겪고나서 정부는 구조체제를 다시 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재난때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긴급구조구난본부」출범은 인력보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119와129전화를 통합하는 작업도 전산시스템 문제로 전망이 불투명하다.전문가들은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곧 인명을 중시하는 것이며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119구조대같은 재난구조 인력과 장비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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