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미시>현대영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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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월의 시리도록 부신 햇살이 연분홍빛 꽃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는 철쭉 위로 쏟아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곱디 고운 대자연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빨아들이겠다는듯 캠코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눈길을 끈다.「도심(都心)의 봄」을 주제로 작품을 찍고 있는 현대영상회회원들이다.
비디오 촬영을 통해 자칫 무기력해지기 쉬운 일상의 삶에 액센트를 주는 한편 창조적 활동을 통한 희열을 맛보기 위해 5년전결성된 현대영상회는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 개설된 강좌를 수료한 주부들을 중심으로 엮어진 모임.3 5명의 회원이한 달에 두번씩 정기모임을 마련,촬영과 시사회를 거듭해오고 있다. 자연 경관에서 건축.인물.환경 고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포커스의 대상도 다양한데 『촬영지를 찾아 헤매다보니 온나라 안에 발길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고 실토(?)할 정도.
회원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는 시간이 나는 회원들이 몰려가서 서로 비디오에 담아주기도 한다는 이들은 『우정도 쌓고 돈도 아끼게 돼 일석이조(一石二鳥)』라며 손끝 매운 「알뜰주부」임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전회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 나서는 회원들로 헛탕치는 날은 없다는게 이들의 또다른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디오 찍기 경력 5년으로 각종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기도 한 최경자(崔庚子.40)회장을 비롯,아마추어 경지를 이미벗어난 회원들도 여럿 된다.사진과는 달라 영상만을 담는데 그치지 않고 원고도 쓰고 내레이션도 해야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어려운 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엔 무료한 적도 많았거든요.그런데 캠코더를 손에 잡은 후로는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항상 사물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또 어떻게 표현할까를 궁리하자면 하루가,한달이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회원 김명주(金明珠.40 )씨의 즐거운 비명이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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