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80) 제주 서귀포·남제주 열린우리당 김재윤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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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느낌표’의 ‘책 전도사’, 김재윤(39) 탐라대 출판미디어학과 교수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구는 ‘감귤의 고장’ 제주 서귀포. 지금껏 책만 파던 ‘책 박사’가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사실 지난 대선 전부터 각 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거절했죠. 그런데 한 번은 나이 지긋한 농민 한 분이 찾아와 제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빚 때문에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그분의 눈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날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

출마 결심을 밝히자 주위에서 “그동안 TV에서 보여준 깨끗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겠느냐”며 만류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합리적인 개혁 세력이 모인 당”이라며 “이후로도 국민들 편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 1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구조를 바꾸려면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정치는 법·제도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내는 ‘타협과 관용’의 종합예술입니다. 그렇게 보면 정치와 문화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죠.”

▶김재윤 후보(왼쪽) 민족평화축전조직위 대변인으로 있던 시절 김원웅 현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에서 둘째) , 제주 출신 탤런트 고두심씨(왼쪽에서 셋찌) 과 마라톤 행사에 참가했다.

그는 “오랫동안 책을 읽어 왔고, 책 속에서 길을 발견했다”며 “남을 비난하기보다 나부터 반성하고, 책에서 찾은 길을 묵묵히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책을 읽을 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Reader is Leader)”며 “이론으로 무장한 정치 개혁의 기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교수는 요즘도 하루 3권씩 책을 읽는다고 했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책 읽는 데 시간을 더 쓰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책 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자신은 술자리에서도 술값 대신 책을 기증한다고 했다. MBC 느낌표 출연도 그런 취지에서 응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에 출연해 ‘책 전도사’란 닉네임을 얻었다. TV의 독서 프로그램은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느낌표>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더 깊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 후보는 “평양 ‘기적의 도서관’ 건립이 무산된 게 가장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면 “꼭 평양에 기적의 도서관을 세워 북한 어린이들에게 책도 선물하고, 남북 문화교류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책 속에 모든 길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책대로 했어도 정치가 이처럼 부패하고, 국민들로부터 불신 당할까요? 지금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할까요? 독서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토론문화가 저절로 자리잡고, 정신문화도 성숙해 집니다.”

그는 사회가 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내용(콘텐츠)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일은 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경제 문제도 교육과 문화가 융성하면 해결된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국민들의 ‘문화복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김 후보는 1964년 제주 산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제주에서 다녔다. 그 후 전주 우석대 국문과에 진학했고,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출판학)을 거쳐 명지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 시절 이른바 ‘운동권’이었다. 운동권 투신의 배경엔 큰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80년 ‘서울의 봄’ 서울역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이었던 그의 큰형은 1983년 ‘의문사’했다.

▶ 김 후보는 <느낌표> 선정도서 중 <야생초편지>를 가장 감동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가치 있는 존재란 걸 알려 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의 메시지처럼 ‘평등한 세상,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며 미소지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김 후보는 대학 때 학교 신문사에서 활동했고, 전북 지역 교지연합회 초대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 시절 출판 문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탐라대에 몸담기 전엔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문화연대 활동을 했다.

상아탑에 있으면서도 그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문화관광부 문화산업진흥위원회 기획위원, 민족평화축전조직위원회 대변인, 진중도서관건립국민운동 집행위원장, 기적의 도서관 전문위원, 문화관광부청소년 책읽기 운동 홍보대사 등의 직함은 그의 이런 편력을 잘 말해 준다.

그는 ‘세계의 배꼽’인 제주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문화의 도시, 색깔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천혜의 관광자원(돌, 꽃, 바람, 감귤)들을 이용해 특색있는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우선 세계적인 ‘감귤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다. 감귤에 관한 자료들을 집대성한 ‘감귤도서관’을 짓는 것도 그 중 하나. 감귤농장 농부인 아버지 덕에 감귤값 폭락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그는 제주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 일만큼은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를 발전시키려면 경제개발 마인드가 아니라 문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합니다. 600년 된 유럽의 성당처럼 건물 하나를 짓는 데도 백년을 내다보는 문화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등원하면 관광의 메카로 거듭날 제주의 ‘문화전사’가 되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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