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스참사 재학생 42명잃은 영남中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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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金광욱,金성문,쌍둥이 동생 金준희….』 영남중 2학년8반 담임 河종서(36.수학)교사는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로세상을 달리한 제자 3명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였다.
확대해 합동분향소에 안치할 사진을 만들기 위해 교무수첩 학생신상란에서 숨진 학생들의 증명사진을 하나 둘 떼어내는 河교사의손도 가늘게 떨렸다.
숨진 42명의 처리와 학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29일 하루임시휴교를 실시한 영남중은 29일 오전 교직원 50여명이 정상출근,시청각교육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60주년 개교기념일인 다음달 13일 전야제로 치러질 선배들의 「홈캄잉」축제장소로 각종 준비가 진행되던 시청각교육실이 분향소로 바뀐 것이다.
등교시간이 빨라 화를 면했지만 숨진 영남중 후배들을 애도하기위해 검은 리본을 단 영남고 학생들은 체육시간등을 이용해 영남중으로 건너가 분향소 설치작업을 도왔다.
『(孫)병득이는 정말 착하고 조용한 아이였어요.그런데 누가 내 친구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꺼.』 이날 오후 분향소를 제일 먼저 찾은 3학년9반 南주현(16)군은 『사고 전날까지만해도 교실에서 함께 장난치던 단짝 병득이가 차디찬 시체가 돼 영안실에누워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숨진 李종수(38)교사의 영전에 큰절을 올린 羅형진(16.3년)군은 『사고직전 시내버스를 타고 나오다 승용차를 몰고 신호대기중이던 담임선생님과 손인사도 나눴다』며 『선생님의 환한 웃음이 아직도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친구들아,잘가거라….』 정민환(鄭珉煥.15)군등 2학년8반학생 4명도 노란 국화꽃을 들고 분향소를 찾아 숨진 급우의 넋을 위로했다.이어 주영은(朱永恩)재단이사장을 비롯,재학생.학부모.선배동문들의 분향 발길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분향소앞에는 『못다 핀 꽃들이여,향기롭게 활짝 피소서』라는 조문이 걸려있었지만 42명의 초혼이 맴도는 상인동 영남중 교정은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
〈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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