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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여성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며칠전 일이다.필자의 사무실에 안면이 없던 거래처 사장님이 찾아오셨다.
『여기 김대표라는 분 어디 있지.』 필자의 대답은 『바로 전대요.』 그의 얼굴에는 당황과 실망감이 역력했다.그날의 만남이별로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7년전 사업을 처음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여성이 사장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어색해 보이는 일인가 보다.
외국에서 돌아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주위에서 한국식 마케팅 요령들을 일러줬다.첫째 적당히 상황에 따라 거짓말도 할 것.둘째 적당히 돈을 바칠 것.셋째 술자리에 잘 어울릴 것.
그러나 세계화를 부르짖는 요즘 이같은 한국식 비즈니스 요령은외국인에게 나쁜 인상을 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대부분의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부정직하며 부패돼 있는 인상을 주고,술과 담배에 찌들려 있다는 게 필자가 만난 서구인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의 명품을 직접 생산해 逆수출하다보면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이 왜 이렇게 위축되고 있나 의구심을 가질 때가많다.중국의 화교들이 놀라운 상술로 세계시장을 재공략하고 있는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특히 화교여성들의 마케팅능력은 대단하다.무조건 팔고 보려는 자세보다는 현지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세밀하고 유연한 태도,팔려는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해당시장의 최신정보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대외 비즈니스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술자리 위주에서 문화적인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외국에서 온 바이어를 요정 대신 봄내음 가득한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으로 데려가 우리 오페라 한편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동숭동 대학로에서 격조높은 연극 한편을 감상시키는 것은 또얼마나 근사한가.이런 상황에서 한국여성의 기민함 과 부드러움이큰 무기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은근과 끈기,적극적인 모성애로 한반도를 지켜온 한국여성들의 강인함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용돼야 할 시점이다.
〈㈜성주인터내셔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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