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엔高와세계화전략>2.산업현장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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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6일 밤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
이순신장군의 전승지인 거제섬 옥포만에 자리잡은 이 회사에서는일본과의 소리없는 전쟁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7척.올해는 주문이 밀려 27척을 만들어야한다.이때문에 1~6시간의 잔업은 보통이고 절단부서는 밤샘작업까지 하고 있다.
『달러기준으로도 일본보다 10%정도 값이 싼 데다 超엔高까지겹치자 선사들이 발길을 우리나라로 돌리면서 97년까지 일감이 확보된 상태』라고 김희규(金喜圭)상무는 설명했다.자기나라 배만사온 일본 선사들도 관행을 깨고 최근 4천5백 만달러짜리 컨테이너선 제작을 대우에 맡겼다.
그러나 그림자도 있다.마진율이 30%에서 10%로 올들어 급감한 것.달러로 받는 배값은 원高로 떨어진 반면 일본에서 갖다쓰는 후판값은 엔高로 크게 올랐다.게다가 항해통신기기등 일본에의존하는 핵심 기자재값을 거래선이 올려달라고 해 고민하고 있다. 종합상사등 무역업체들사이에서도 엔고의 명암은 엇갈린다.
LG반도체 일본영업팀의 조융제(趙隆薺)과장은 요즘처럼 신바람나는 때가 없다.올들어 수출이 70%나 늘었다.
서울 삼성동 고려무역의 생활용품 수출팀 김충렬(金忠烈)과장은요즘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한 중소업체에 낚시용 릴에들어가는 일제 소형 베어링 수입을 알선해주었는데 대금을 지급하게된 한 달 사이에 값이 무려 10%나 올랐기 때문.
이처럼 초엔고의 훈풍과 역풍이 섞여 있는 산업현장이지만 「이젠 마지막」이라는 위기감만큼은 어디에나 퍼져있다.초엔고를 脫일본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절박한 인식이다.
지난 20일 오후 8시 대우중공업 중장비 정비부품센터.석진철(石鎭哲)사장이 예고없이 불쑥 나타나 임원회의를 소집했다.자정까지 계속된 회의 주제는 슈퍼엔고 생존방안.다음날 당장 「엔고를 극복 못하면 무너진다」는 격문이 안양.창원 공 장에 나붙었고 대대적인 국산화.원가절감운동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산화추진팀」을 만들었다.3년내 국산화율을65%에서 70~80%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목표마저『너무 낮다』고 최고경영진에게 퇴짜를 맞은뒤 수정중이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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