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모리슨 자딘그룹 홍콩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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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홍콩의 최대 재벌인 영국계 자딘 그룹은 중국으로부터 대표적으로 「찍힌」기업이다.이 그룹 홍콩사장인 알라스데어 모리슨(46)은 요즘 「중국 달래기」에 바쁘다.
오는 97년 중국의 홍콩접수를 앞두고 이 그룹은 10년전부터홍콩 떠날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왔다.작년말에는 부동산.호텔과 낙농 회사등 3개 子회사의 주식을 홍콩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시켜 이달초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시켰다.중국은 「 홍콩 공동화(空洞化)에 앞장선다」는 이유로 자딘그룹을 미워했다.
중국이 최근 16억달러의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에서 자딘그룹 참여 컨소시엄을 배제시킨게 대표적인 예.
모리슨 사장은 그러나 계열사 주식거래를 싱가포르로 옮긴다고 해서 자딘그룹이 홍콩에 덜 헌신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지적한다.중국에는 자딘 그룹이 지금까지보다 더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또 현재 수중(手中)에 있는 10억여달러의 현금을 홍콩내에서아니면 다른곳에서도 쓸 수 있다고 미끼를 던진다.홍콩의 항구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편무역상이던 자딘 그룹이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을 부추겨 중국에 선전포고토록 한 점에서 중국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주시해왔다.게다가 이 그룹이 앞장서 홍콩 떠날 준비를 한데다 민주화를 추진하는 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의 임명에 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미운 털이 박힐 수 밖에 없다.
자딘 그룹의 脫홍콩 추진에도 이유가 있다.50년대 중국공산당의 상하이(上海)접수후 자산을 몰수당한 경험이 있는 탓이다.다만 여전히 홍콩에서,그것도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할 여지는 많아 중국과의 화해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홍콩 기업들은 모리슨 사장의 중국 달래기 결과를 눈여겨보고 있다.중국에 대처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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