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하지맙시다 대학생들 自淨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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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간고사가 한창인 대학가에서 일반화된 시험부정행위(커닝)를 근절하자는 학생운동이 일고 있다.
대학가의 커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신입사원 모집때 대학 학점을 중요한 평가도구로 삼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커닝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커닝에 대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대학가에 팽배하자 학생동아리에서 자제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학생동아리들은「커닝은 최고 학부를 다니는 예비 지성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학생들에게「자기의 실력을 정정당당하게 평가받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화여대 동아리연합회는 학생들이 커닝을 않도록 촉구하기위해「마음을 지키자」는 문안이 새겨진 배지를 2천여개 제작,정문에서8백원에 판매하고 있다.
동아리연합회는 최근 학생 3백53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45.3%의 학생이 커닝 경험이 있고 이중 57%가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심각해 학생들의 도덕성 회 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배지를 팔기 시작,현재 1천여명의 학생들이 샀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경희대의 기독교동아리들은 「커닝하지 맙시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캠퍼스 곳곳에「청년학도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커닝만큼은 하지맙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걸고 강의실 칠판에도 커닝자제 표어를 게시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김종오(金鍾旿.22.법학3)군은『대부분이 학점을잘 받아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는 생각에서 커닝을 하지만 이는「일단 성적은 좋게 받고 봐야 한다」는 중.고교때부터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대 조교 김기호(金基浩.29)씨는『교수님의 커닝 적발의지에 따라 시험감독의 강도가 달라지긴 하나 대체로 70~80%정도의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커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처장 최영(崔暎.영문학)교수는『영국의 대학에서는연필과 사전만을 들고 들어가 양심껏 시험을 친다』며『무엇보다 실력을 떳떳하게 평가받고자하는 학생들의 자세확립이 필요하다』고말했다. 한편 아주대.한동대등에서는 학생들의 양심을 믿고 무감독 시험이나 재택시험을 실시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郭輔炫.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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