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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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출산율이 1.26명을 기록했다. 2005년 사상 최저치인 1.08명 이후 지난해 1.13명으로 반등한 데 이어 2년째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쌍춘년’과 ‘황금돼지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49만7000명이라고 26일 밝혔다. 2006년보다 4만5000명 늘었다. 2001년부터 5년 연속 줄었던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10.1명으로 4년 만에 10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출산율이 1.26명으로 일본 수준(1.32)에 근접했다.

출산이 늘어난 데는 민간의 속설이 큰 몫을 했다. 2006년에는 입춘이 두 번(쌍춘년)이어서 결혼하면 잘산다는 속설이 퍼져 결혼이 늘었다. 지난해엔 황금돼지해라는 속설로 인해 출산이 증가했다. 정부의 각종 출산 장려 대책보다 민간 속설이 더 큰 힘을 발휘한 셈이다. 박경애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딸들이 결혼·출산 적령기에 도달한 것도 출산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출산율 1.26명은 지금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대체출산율(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2.1명)·영국(1.8명)·프랑스(1.9명)와도 차이가 크다. 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출산율도 모두 1.3명을 넘는다.

출산율이 계속 상승할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첫째 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 연령은 29.4세였다. 전체 산모의 41.9%는 30~34세였다. 여성의 출산 시기가 늦으면 둘째나 셋째를 갖는 경우가 그만큼 줄게 된다. 김서중 보건복지부 저출산대책팀장은 “저출산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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