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기엄마된 베트남 "네이팜彈 소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는 30일은 베트남 종전(終戰)20주년을 맞는 날이다.종전일을 앞두고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근착 라이프誌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72년 당시 AP 사진기자가 찍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이 됐던「네이팜彈의 소 녀」속의 주인공을 만나 근황을 전했다.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어요.옷은 이미 불타기 시작했고 손으로 옷을 찢어 던지며 계속해 달릴 수밖에 없었죠.』 베트남戰이 한창이던 72년 6월.미군은 월맹군이 포위하고 있던 베트남의 트란 방 마을에 네이팜彈을 쏟아부었다.AP사진기자였던 니크 우트는 불붙은 옷을 찢어던지고 나체로 뛰쳐나오던 당시 9세의 소녀 판 티 킴 푹의 처참한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이후 이 사진이 전세계 신문에 실리면서 킴 푹은 베트남戰의 비극을 온몸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킴 푹은 라이프誌와의 인터뷰에서『그러나 사진 속의 내 모습은단지 고통의 시작이었을 뿐』이라며 기억하기조차 싫은 그후의 성장과정을 회상했다.
킴 푹은 사진을 찍은 우트에 의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이미 등.목.팔은 심한 화상을 입어 원상회복할 길이 없었고 그후 몇개월동안 죽은 피부를 제거하는 고통스런 치료를 참아야 했다. 『사춘기 시절 거울에 비친 화상(火傷)을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는 킴 푹은 쿠바에서 보낸 학창시절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도『나는 어느 누구와도 사랑하고 결혼할 수 없다』는 생각때문에 6년동안 친구로만 지냈다고 고백했다.
지난 92년 캐나다로 건너간 킴 푹은 현재 32세로 젖먹이 아들 하나를 둔 엄마.
『내 아들의 이름은 후안.베트남語로「앞날의 희망」이라는 뜻이죠.나는 내 아들에게 엄마와 엄마의 조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베트남戰 종전 20주년을 맞는「네이팜彈의 소녀」킴 푹의 굳은 각오다.
〈申藝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