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 자금 유입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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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5일(현지시간) 세계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미국의 2위 채권보증회사 암박에 대해 3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효과를 골고루 나눠 가진 것이다. 하지만 유독 중국 증시만은 잔칫상에서 배제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4.07% 하락하며 4200선 아래로 밀렸다. 선전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점에 비해 이미 30% 넘게 빠졌다. 앞으로의 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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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부담에 휘청=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24일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0%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4%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성장이다. 침체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에 쏟아지는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짐은 쏟아지는 보호예수 물량이다. 이달에만 49조원, 올해 전체로는 400조원 규모다. 보호예수는 기업공개 등을 할 때 대주주의 지분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증권 이석원 애널리스트는 “이번 보호예수 물량은 지속적으로 중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번한 유사증자도 부담이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44개의 기업이 2600억 위안(약 34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투자자들도 수급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22일 상하이 푸둥발전은행이 10억 주를 추가 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주식이 10% 넘게 급락하며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중국 경제분석업체인 건홍리서치는 “어느 대기업이 거액의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이 공황에 빠지면서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유동성 장세’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1월에도 시중에 풀린 돈은 중국 정부의 목표치를 넘어섰다. 1월 소비자 물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 올랐다.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물량 통제 나선 중국 정부=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 당국은 25일 웹사이트를 통해 “추가 주식매각 신청에 대해 보다 엄격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하게 나오자 기업들은 일단 움찔하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과 상관없이 사상 최대 규모(21조원)의 자금 조달을 강행하겠다던 핑안보험은 “시점과 규모를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차이나유니콤도 8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이 있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그러나 당국의 개입만으로 수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이 소식이 전해진 26일 중국 증시는 오전 한때 3% 이상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하락했다. 현대증권 이석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중국 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의 해외펀드 시장도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중국 펀드는 요즘 외톨이 신세다. 적립식을 제외하고는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끊어졌다. 환매 문의 전화도 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펀드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는 긍정적이지만 올해는 쉬어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 비중이 큰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 때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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