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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너, 남자니 여자니 … 성 구별 없는 ‘모노섹스 스타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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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가녀린 다리 선을 드러내는 꼭 끼는 바지와 가슴을 여미기 힘든 재킷. 이런 스타일이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대착오다. 요즘은 어렵잖게 이런 차림새의 남성을 볼 수 있다. 반면 모자가 달린 헐렁한 셔츠에 독특한 디자인의 빅 사이즈 컨버스화를 매치한 여성들은, 몰라볼 정도로 남성스럽다.

 최근 패션에서 성 정체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모노섹스 스타일이다. 단순히 남자가 여자처럼 화장과 다이어트를 하고, 여자가 남성적인 옷과 구두로 자신을 꾸민다는 뜻이 아니다.

모노섹스 스타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남녀가 스타일을 공유하던 것에서 아예 남녀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뜻이다. 이 점이 예전의 ‘유니섹스 스타일’과 다르다. 과거 유니섹스는 남녀 모두가 열광한 공통의 스타일을 의미했다. 1960년대 말 현란한 색을 사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낡고 편한 느낌이던 히피 스타일이 좋은 예다. 80년대의 스포츠 룩, 90년대의 힙합 스타일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은 남성용 힙합 바지나 여성용 히피 치마의 자리를 모노섹스 스타일 스키니진이 차지해 버렸다.

남녀 구별 없는 패션 제품들은 소리 없이 쇼핑몰을 점령해 버렸다. 이런 곳에서는 어떤 제품이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점원에게 한번 물어보라. 한결같이 “상관없이 입으셔도 돼요”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남성이나 여성용 제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촌스럽게 치부되는 세상이다.

남녀 모두가 열광하는 제품도 크게 늘었다. 발꿈치를 살짝 올려주는 하이힐은 자신감의 상징이다. 빅사이즈 컨버스화는 다리를 한층 길어 보이게 하는 남녀 공용 필수 품목. 안 바른 듯 투명한 파우더로 마무리한 피부와 립글로스로 생기를 준 입술, 왁스로 대충 헝클어뜨린 머리 모양에서도 남녀가 다를 바 없다. 요즘의 모노섹스 스타일은 보다 가늘고 섬세한 실루엣,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장식, 세련된 과장이 돋보이는 색상,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뒷맛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모노섹스 스타일은 전통적인 남녀를 넘어 새로운 인종을 낳고 있다. 요즘 젊은 남성들은 어깨선이 살짝 드러나는, 선이 고운 캐시미어 니트를 입은 여자를 보며 질투심을 느낀다. 이들은 피부와 머릿결을 소중히 여기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옷에 몸을 맞추려 든다. 반면 여자들은 세련된 마무리가 돋보이는 남자의 셔츠를 보며 쇼핑을 다짐한다. 기성복 매장에서 살 수 없으면 맞춰서라도 입을 태세다. 구두며 타이·시계까지 남자들의 소품을 탐낸다.

패션의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은 무의미해졌다. 편안함과 실용성도 빛이 바랬다. 성별과 용도, 심지어 개인 취향까지 넘어선 멋진 스타일이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모노섹스(mono-sex) 스타일이다.

글=이여영 기자, 사진=김승일·이선민·장호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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