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글쓰기AtoZ] 영어로 생각하고 글쓰는 습관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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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글쓰기라면 두꺼운 문법책에서 보던 한두 문장을 영어로 옮겨 쓰는 형태나 번역을 생각하기 쉽다. 아이한테 먼저 한글로 글을 쓰게 한 뒤 차분하게 영어로 옮겨 쓰게 한다는 엄마들도 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이는 영어 글쓰기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행동이다.

영어 글쓰기는 번역이 아니다. 급한 마음에 한글로 글을 쓴 뒤 사전을 뒤져가며 영어로 옮겨 적는 방법은 번역학습은 될지 몰라도 올바른 글쓰기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말을 적어놓고 영어로 옮겨 쓰는 방법은 영어 표현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한글로 쓰인 글을 정확하게 옮기기 위해 자꾸 복잡하게 표현하다 보면 알쏭달쏭한 말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하루 종일 아이쇼핑만 했다’라는 글을 영어로 ‘I spent the day eye shopping yesterday’라고 옮겼다고 하자. 아마 미국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이 글은 ‘I spent the day window shopping’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 영어 글쓰기는 영어로 생각한 것을 영어로 써야 한다. 간단한 단어와 문장이라도 원어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무조건 길게 써야 한다는 생각도 오해다. 누구나 처음엔 표현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장도 짧고 글도 짧다. 하지만 한두 단어나 두세 문장이 좋은 글의 시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처음엔 ‘I go to school. I read the book’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자. 어떨 땐 단순한 문장이 명료하게 의미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문법이나 어휘력이 어느 수준에 오른 뒤 글쓰기를 시작하겠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말하기(Speaking) 학습도 마찬가지다. 물에 들어가야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일단은 과감하게 글쓰기를 시도하는 게 좋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문장만으로 달랑 3~4줄의 글을 빈틈없이 쓴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다. 공연히 자신의 창의력만 갉아먹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문장이 짧더라도 글의 길이가 짧더라도 영어를 영어로 써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두 문장이 반 페이지가 되기도 하고 주어·동사로만 구성된 단순한 문장에 접속사가 빈번하게 나오고 형용사와 부사들이 등장해도 괘념치 말자.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말하기 능력도, 읽기 능력도 길러진다. 모국어로 글을 쓸 때 문법을 의식하지 않듯 자연스럽게 영어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케이 백 연세대 외국어학당 FLI라이팅센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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