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몽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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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美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탄테러사건의 범인들을 검거하는데몽타주사진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음은 과학수사의 개가(凱歌)를의미하기도 한다.
美연방수사국(FBI)의 몽타주 작성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정평이 나있다.
물론 고도의 컴퓨터기술에 의존한 것이다.목격자가 단 한사람 뿐이라도 24시간이면 가장 흡사한 몽타주를 만들어 낸다.
「최고의 미녀」를 만들어내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먼저 얼굴의윤곽을 그려놓고 특징적인 부분을 강조한 다음 가장 근사한 입.
코.눈.귀등을 합성하되 얼굴 전체 윤곽과의 조화와 균형도 조절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아직도 주로 수공(手工)에 의존하는 우리의 몽타주기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우리의 몽타주기술이란 조선조(朝鮮朝)때 포도청이 범인을 잡기 위해 엉성하게 그려 곳곳에 붙였던 용모파기(容貌파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엊그제는 한 지방경찰서가 국교생 성폭행 미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인과 닮은 경찰관의 전신사진이 담긴 전단을 대량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과학수사와 동떨어진 우리 범죄수사 능력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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