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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창업 재수생’ 3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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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창업과 폐업, 다시 재창업. 매년 창업 수 못지않게 폐업이 발생한다. 경기가 나빠, 동업자가 빠져나가, 경쟁에 밀려서…. 폐업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패를 뒤로하고 재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본다. 정선구 기자

1.기본에 충실하라
업종·메뉴 고르기 전에 상권 사전분석 꼼꼼히

콩나물국밥집인 완산골 명가 구로디지털점(www.wansangol.com)을 운영하는 변영수(41·사진)씨는 두 번의 실패와 재창업을 거쳐 안정을 찾은 경우다. 그가 첫 창업을 한 것은 2000년. 친구와 동업으로 퓨전일식주점을 열었다. 초기엔 월 매출이 3000만원이나 됐다. 하지만 동업자 세 명과 수익을 분배하니 벌이가 많지 않았다. 늘 독립을 꿈꾸던 그는 6년 뒤 직영점도 없는 프랜차이즈의 1호점으로 다시 퓨전주점을 재창업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근에 경쟁 점포가 등장해 매출이 줄었다. 결국 그는 사업을 정리했다.

뒤늦게나마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에 인구 분포·경쟁 업종·유동인구·연령층 조사 등 상권 입지조사를 철저히 하고 상권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정했다. 결국 택한 업종이 콩나물국밥 전문점. 그는 “여러 번 재창업을 거치면서 기본으로 돌아간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다시 일식을 하고 싶다”며 “그럴 경우에도 상권 특성과 주 고객층의 나이·성별, 지역 인기 메뉴에 대한 사전점검를 통해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월 평균 3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2. 확실히 갈라서라
동업에 문제 생길 경우 미련 없이 홀로서기를

동업관계에 문제가 생겨 재창업하는 경우도 잦다. 턱스에스프레소 종로점(www.tucksespresso.co.kr)을 운영하는 박상호(48·사진)씨. 그는 친구와 함께 2억원을 투자해 당시 도입기이던 에스프레소 커피숍을 창업했다. 첫 창업이라는 부담감으로 무조건 대기업 브랜드를 선택했다. 창업 직후 평균 매출은 월 1800만원대였다. 공동 창업자와 수익을 분배해도 만족할 만한 소득이었다.

하지만 창업한 지 5년 만에 독립해야 했다. 친구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투자비를 회수한 것이다. 그는 커피 외에 다른 업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다시 커피전문점을 선택했다. 다만 브랜드 지명도보다는 고객에게 실속을 주는 브랜드를 골랐다. 지금 그는 커피 가격은 유명 브랜드보다 저렴하고 커피 외에 참깨·호밀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식사류도 판다. 5년간 정든 브랜드를 떼내고 새로운 브랜드로 리모델링하는 데 든 비용은 5000만원대. 현재 매출은 월 2500만원 선. 그는 “동업자와 수익을 분배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알차다”고 말했다.

3.과감하게 바꿔라
익숙함보다는 가능성 트렌드 읽을 줄 알아야

10여 년간 종사하던 교육사업을 포기하고 청소대행업으로 전환한 여수진(41·크리니트 춘천점·사진)씨. 교육사업과 청소사업은 이미지가 많이 달라 재창업을 결심하고 성공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는 퇴사 뒤 어린이 관련 사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으로 2년간 준비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97년 강원도 춘천에서 어린이집을 열었다. 창업자금은 8500만원. 흔치 않은 남자 원장이었지만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으며 월평균 700만원대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인근에 좋은 시설의 대형점들이 늘면서 경쟁에서 밀렸다. 프랜차이즈교육원, 선진국형 놀이학교 같은 곳이 여씨의 어린이집에서 15분 거리 이내에 들어서 물 먹는 하마처럼 고객을 빼앗아 갔다. 교사들도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났다. 때마침 임대 기간이 만료돼 결단을 내려야 했고 2005년 문을 닫았다.

이후 그는 아는 사람 소개로 청소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선진국형 환경 업종이라 급성장하고 있다는 말에 지난해 1월 1600만원을 투자해 새출발했다. 그는 “청소대행업은 본인의 노력만큼 수익이 돌아오는 일이어서 첫 창업 때보다 몸은 더 피곤하지만 마음이 편해 좋다”고 말했다. 월 매출은 1200만원이다.

전문가 도움말

① 언제든지 재창업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

② 재투자를 위한 저축을 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수입이 불규칙해 저축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업종을 그대로 하더라도 인테리어 시설·설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낙후되므로 최소한 4~5년마다 리뉴얼을 한다는 각오로 저축해야 한다.

③ 정확하고 분석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고객을 통해 늘 소비나 인근 상권 변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재창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④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시기를 잘 택해야 한다. 상당수의 재창업자들이 막연히 나아지겠지 하며 과거의 경험에 매달리고 있다가 재투자할 자금을 모두 소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⑤ 재창업은 초심으로 해야 한다. 자만은 금물. 상권 고객분석도 새롭게 하고 경쟁점 조사도 철저히 해서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

⑥ 당장 장사가 잘되는 유행 업종보다는 장기적으로 전망 있고 안정적인 업종을 택하는 것이 좋다. 유행 업종을 택할 경우 머지않아 다시 재창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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