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축하 만찬 건배주 감와인 마셔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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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축하 만찬 공식 건배주로 정해진 청도 감와인이 화제다. ‘감그린’이라는 이름의 이 와인은 씨없는 감인 청도반시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2005년에는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상황버섯술‘천년약속’과 함께 건배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국 감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청도 감은 둥글납작해서 반시(盤枾)라고 불린다. 청도 반시는 전국 유일의 씨 없는 감으로 홍시 중 최고로 꼽힌다. 그 역사는 460여 년 전인 조선 명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청도에는 당시에 심은 감나무가 무성하다.

화양읍 송금리에는 이 감을 이용해 와인을 만들고 저장하는 와인터널이 있다. 길이가 1㎞ 넘는 와인 터널은 일제시대때 완공된 경부선 터널 중 하나다. 1937년 폐쇄됐던 것을 2004년 와인 창고로 재활용한 것이다.

지난 8일 설 연휴를 이용해 청도를 방문하는 길에 와인터널에 들렀다. 한겨울이지만 터널에 들어서니 높은 습도와 영상 15도 정도로 아늑한 느낌이었다.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평일에도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꾸준히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감그린’ 시음해 보니

터널에는 제품을 시음해 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감그린’ 제품은 No.3와 No.5 그리고 얼린감으로 만든 ICE 등 3종류가 있다. 먼저 와인을 잔에 따르면 엷은 황금색이 눈에 띈다. 일반 와인과 비교해 가장 특이한 점은 특별한 향이 없다는 것이다. 눈으로 한번, 코로 한번 마지막에 입으로 마시는 와인해 비해 향이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맛은 일단 합격점. 감에는 포도와 마찬가지로 탄닌 성분이 일반 와인에 비해 풍부해 떪은 맛이 강하게 난다. 특히 No.5의 경우 달콤한 맛과 떫은 맛이 잘 조화가 돼 섬세한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모두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문제는 가격이다. No.3의 경우 750ml 한병에 1만8000원, No.5는 2만5000원, ICE는 8만 9000원이다. 한-칠레 FTA이후 국내 와인 시장은 가격파괴와 저가 마케팅이 대세인데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와인들과 차별화할 요소가 부족하는 게 가장 아쉽다. 아마 생산량 자체가 적고, 초기 개발비나 관리비로 가격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홍보를 계속한다면 세계 최초 유일의 ‘감와인’으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청도=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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