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티처" 유치부 체육수업도 영어 몰입

중앙일보

입력

영어 굥교육 강화방침이 발표된 뒤 원어민 교사 수업을 듣기위해 어린 학생들의 학원을 찾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 CFS 어학원의 Writing 수업 모습.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이 발표된 후,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상당수 강남 학부모가 조기유학을 결정하는가 하면 5~6세 자녀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영어 열풍의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새정부 교육 강화 발표 뒤
부모들 "내 아이 뒤처질라"
학원 수강신청 문의 배이상 늘어
CFS어학원 등 수강 대기자 급증

지난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CFS(Canadian Foreign School, www.cfs.or.kr)어학원. 학원에 들어서자 각종 음향·기합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레 한 강의실 문을 열었다. 체육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낯선 사람의 방문이 의아한 듯, 외국인 교사에게 태권도 수업을 받고 있던 아이들이 말을 건넸다. “Excuse me, Who are you? Why do you come here?”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기자에게 예닐곱 살배기 어린이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영어로 질문했다.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OK”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수업에 열중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은 한국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저마다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불러가며, 외국인 교사와 함께 놀이를 하듯 영어수업을 즐겼다.

1년 동안 이 학원 유치부에 다녔다는 공서현(7)양은 “학원에 오면 으레 영어를 쓰기 때문에 영어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집에서도 엄마·아빠와 영어를 섞어 대화하거든요” 라고 말했다.

유치부(5~7세)와 초등부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이 학원은 영어몰입교육 방침이 정해진 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개원 4년만에 확장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하루 10건 안팎이던 상담건수는 1월부터 2배로 늘었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년당 대기자만 40~50명에 이른다. 이날 레벨테스트를 마치고, 등록한 오원준(8·초1)군의 어머니 최은희(38·강남구 서초동)씨는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2~3년간 조기유학을 보낼까 생각하다 우선 원어민 영어교육을 시켜보기로 했다”며 “아이에게 웬만큼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고서는 유명 학원조차 보내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치부의 경우에도 일반 유치원에 다니다 방학을 이용해 특강형식의 수업을 받고 싶어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대부분 5~8명씩 그룹을 만들어 학원에 찾아온다고 한다. 이혜진 원장은 “영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평소에 비해 2배 가까운 학생·학부모가 학원을 찾고 있다”며 “수업료가 비싸더라도 원어민으로부터 현지식 영어교육을 받고 싶다는 학부모가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치동 워릭영어학원(www.worwick.com)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학원은 이미 5년째 유치부 학생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Phonics, Grammar, Reading, Writing 등의 영어과목 외에 수학·과학·드라마·음악·체육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몰입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원생들이 가정에서 원하는 시간에 영상전화를 통해 하루 20개의 문장을 말하고 반복 훈련하는 ‘토커스랩’ 프로그램과 필리핀 교육센터의 현지 선생님과 매일 10분씩 영어로 이뤄지는 전화수업까지 실시 중이다.

이곳 역시 새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방안 발표 이후 수강신청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학원 전일훈 교육본부장은 “다른 아이들은 하는데 안 시켰다가 학교수업조차 못 쫓아가면 어쩌나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 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차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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