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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유동적개념과 창조적 유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2,4,6,8로 이어지는 숫자 다음에 오는 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대부분은 바로 10이라고 대답한다.
계속 2를 더해간다는 규칙을 두뇌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다음 숫자를 살펴보자.
1,2,1,1,2,3,2,1,1,2,3,4,3.
3다음의 숫자는 무엇인가.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사람들은 나열된 숫자의 앞과 뒤를 번갈아가며 일정한 규칙을 찾을 것이다.그러나 앞의 경우보다는 분명히 어렵다.그렇다면 다음같은 무리로 나눠보자.
1,2,1/1,2,3,2,1/1,2,3,4,3.
숫자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정점에 도달했다가 다시 내려가는 규칙을 쉽게 발견하고 2라는 답을 찾게 된다.컴퓨터는 이런 규칙을 어떻게 이해할까.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 올 2월 미국에서 발간돼 호평을 받고 있다.우리에게는 생소한 느낌을 주지만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컴퓨터의 지각능력을 인간의 사고체계와 연결해 설명하고있어 인간과 컴퓨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해준다.
화제의 책은 『유동적 개념과 창조적 유추』(Fluid Concepts & Creative Analogies.Basic Books刊.30달러)로 5백여쪽이 넘게 다양한 그림을 곁들이며컴퓨터 연산과정을 자세히 제시한다.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인간의 사유체계와도 비교하고 있어 과연 인간의 창조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해답도 찾고 있다.저자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大 교수로 있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로 그는 15년전 수학과 음악,그리고 예술의 연관성을 해설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인간 창조력의 본성.이를 탐구하기 위해 그는 이 책에서 10개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책의 부제가 「사유의 기본역학에 대한 컴퓨터 모델」(Computer Models of The F undamental Mechanisms of Thought)이라고 붙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인간의 창조성은 무엇인가.저자의 응답은 일면 새롭고 설득력이 넘친다.그것은 서로 다른 사물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내는 유추능력이라는 것.예컨대 시인들이 즐겨쓰는 은유와 직유법은언뜻 어긋나 보이는 사물들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 를 드러낸다.
즉 그는 창조성이란 수많은 잠재적 유추관계에서 가장 적확한 유추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입장에서 컴퓨터가 비록 인간의 고유속성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인간의 사고과정과 흡사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료연구진과 함께 10개를 개발해 낸다.단어 철자바꾸기.숫자퍼즐.
단어유추.수학게임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컴퓨터의 사유모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모형들의 바닥에 깔린 원리를 저자는 먹이를 찾아나서는 개미에 비유한다.한줌의 식량을 얻기 위해 개미가 정찰병을 여러방향으로 보내고 먹이의 소재를 확인한 다음에야 떼를 지어 사냥에나서듯 저자가 만든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별다른 원칙없이 이런저런 상황을 처리하다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정보들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고,그 이후에 주(主)프로그램이 작동하면서 결국에는해답을 찾아가도록 구성돼 있다.이 프로그램들은 인간의 상상력처럼 여러단계의 유추와 패러다임 전 환을 거쳐 하나의 올바른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책에 소개된 모델들은 인간의 창조성 뒤에숨겨진 비밀을 엿보는데 일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비록 컴퓨터를 소재로 인공지능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창조성이란 무엇이고 더 나아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 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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