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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며생각하며>27.한의학에 생약학접목 이승길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李씨의 약국으로 월경불순을 호소하는 한 20대 여자 환자가 찾아왔다.李씨는 여러가지로 문진을 했으나 환자의 대답이요령부득이어서 혹시 아랫배가 냉한「소복한(少腹寒)」이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그 환자의 아랫배를 만져 보고는■ 약을 한첩 지어주었다(한가지 덧붙일 이야기는 그는 보약을 취급하지 않았고 치료약만 취급해 왔다.그리고 약은 반드시 첩약으로 투약하고 한제 두제 식으로 대량 지어주는 일은 없었다).이날의 그 환자는녹음기를 소지한 위장(僞裝) 환자였 다.그는 약사가 환자의 몸을 만졌음은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 하여 李씨를 사직당국에 고발했다.그 일로 李씨는 70평생을 연구와 시술에 정열을 태워오던약국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李씨는 韓-藥 분쟁의 근원적 책임은 한의사가 아니라 약사들에게 있다고 본다.좀더 넓게 말해 서양의학을 도입하던 초기,의사나 약사가 그때까지 유일한 의술이던 동양의학을 완전히 배제하고오직 서양의술만 공부하고 시술해온 것이 오늘날 걷잡을 수 없는의학-약학의 나라 안「동서분쟁(東西紛爭)」의 시발이 있었다는 것이다.일본은 이것을 잘 극복했다.의사면 의사지 양의.한의 자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약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나는 본다.의학. 약학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자연과학이다.자연과학을 어떻게,어떤금을 그어 동서로 나누어 영구히 분단해 둘 수 있을 것인가.이렇게 가정하고 보면 의학-약학의 동서(東西)는 지금부터 분쟁보다 통합을 준비할 때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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