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기자와도란도란] 어떤 종목 사면 좋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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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모 증권사 의류 담당 애널리스트인 친구에게 물었다. 뭐 사면 좋으냐고. 추천 종목이야 그 친구가 쓴 리포트를 보면 된다. 또 그 친구 외에도 업계 베스트로 꼽히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만 읽으면 ‘톱픽’(최우선 추천주)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래도 직접 물어본 건 내심 바라는 게 있어서다. 남들은 모르는 뭔가 특별한 걸 알려 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여지없었다.

“어, 제일모직.”

마치 배 고프면 밥 먹어야 하고, 밥 먹으니 배부르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원한 답은 그게 아니다. 조선주 중에선 현대중공업, 유통은 신세계, 교육은 메가스터디, 인터넷은 NHN…. 그 정도는 주식 투자 안 해본 사람도 아는 얘기다. 그거 말고, 친구끼리 솔직히 말해 보라고 추궁했다.

“그런데, 그게 정답이야….”

업종 대표주가 괜히 ‘대표’가 아니란다. 모든 면에서 해당 업종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주가로 봐도 그랬다.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기계. 노 대통령 취임일인 2003년 2월 25일부터 지난 22일까지 기계 업종은 800% 상승했다. 기계 업종의 대표 주자인 두산중공업은 2246%나 올랐다. 5000원을 조금 넘던 주가는 한때 20만원을 넘볼 정도로 치솟기도 했다.

사람들은 뭔가 숨겨진 대단한 걸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의 선택도 별다를 바 없다. 주식 투자로 큰돈을 가장 잘 굴린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봐도 그렇다. 해외 펀드 시리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이 ‘업종대표’다. 차이나업종대표·아세안업종대표·브라질업종대표….

펀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펀드가 좋으냐는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다. 장기 운용 성과가 검증된 미래에셋디스커버리·신영마라톤·마이다스블루칩배당·KTB마켓스타 같은 다 아는 펀드 이름이 돌아온다. “또 그 소리냐”며 꼬불쳐 둔 ‘대박’ 펀드를 내놓으라고 성화를 해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성과를 낸 이들 펀드가 앞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확률은, 트렌드에 맞춰 쏟아져 나온 테마 펀드보다 높다. 파랑새를 찾아 집을 나섰지만 결국 파랑새는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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