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변화하는의식>달라지는 결혼풍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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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남녀가 짝짓는 내용과 형식이 달라지고 있다.대부분의 20대 신세대 부부들은 연애한 후 결혼했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현재 50세 이상층이 처녀.총각이었을 시대에는 부모가 정해주는 배필과 백년가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연애결혼:18.5%).그러나 사회가 개방화하고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혼례방 식인 중매결혼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그 자리를 연애결혼이 대신하고있다.연애결혼은 40대(39.7%)와 30대(61.8%)로 내려오면서 점차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남녀의 만남이 되고 있다.
20대 신세대 부부들은 거의 대부분 연애로 만난 사이다(84.
9%).결혼전의 교제기간을 보면 50세이상의 부부들은 양가부모의 허락을 받고 시작한 탓인지 속전속결이다(평균 9.06개월).젊은 층으로 내려올수록 교제기간이 길어지고(40대:16.58개월/30대:23.52개 월),20대 부부(24.86개월)들은약 2년간 사랑을 속삭인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있다.
그런만큼 적지않은 20대 신세대 부부들이 결혼할 때 집안의 반대를 어렵게 극복했어야만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50세이상 층에서는 결혼당시 부모의 반대를 접한 경우가 적은 편이다(16.4%).신세대로 내려올수록 연애결혼의 증가와 비 례해 부모의반대라는 난관에 부딪히는 비율도 함께 늘고 있다(40대:25.
2%,30대:26.3%,20대:35.5%).
부모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상대집안이 별로 넉넉한 집안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먼저 꼽는다(19.7%).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으로 해석된다.그러나 부모의 지나친 관심은 결혼생활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두번째로 거론된 이유는 집안에 들일 새식구의 직업이 탐탁하지않아서다(주로 딸의 경우).둘간에 연령차가 적당하지 않다고 반대하는 부모들도 있다(17.0%).장남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남의 집 사위가 될 때 책잡히게 되는 것이 우리의 달라진 가족문화다(11.4%).
지역간 반목과 갈등은 자녀혼사때도 나타난다(6.7%).정치인들이 조장해낸 지역간 뿌리깊은 감정의 골은 사랑하는 청춘남녀의마음까지도 멍들게 하고 있다.그 외 외모가 마음에 안드는 것,약해보이는 것,종교가 다른 것,궁합이 나쁜 것, 학력차이등도 부모들이 거론하는 반대이유다.아주 소수이기는 하나 혼수문제로 부모와 대립했다는 젊은이들도 있어 우울함을 던져준다(1.3%). 가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혼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가.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현실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신세대 혼수에 있어 가장 특기할 점은 자동차가 혼수품목에 추가되었다는 점이다.반면 예물에 대한 선호는 상당히 떨어졌다.
다이아반지는 못끼워줘도 금반지는 끼워주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던 시대는 이미 흘러갔다.「예물은 재산이 아닌 액세 서리」라는인식이 확산되는 증거다.
***“예물은 액세서리” 인식 신랑은 장가들 때 최소 주거할집은 전세든 월세든간에 마련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99.2%).보금자리를 꾸미는데 평균 3천40만원은 들지 않겠느냐고 어림잡는다.핵가족이 보편화하는 현실에서 예비신랑에게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압력인 것 같다.
생활비로 준비하는 돈은 평균 4백31만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56.4%).자동차도 항목에 포함됐다(45.1%).자동차한대의 가격으로는 평균 8백9만원을 예상한다.예물을 준비해야한다는 사람은 매우 적다(3.1%).집.생활비.자 동차를 준비하는 것만도 어림잡아 약 4천2백80만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다.
신부들은 시집갈 때 현금.저금통장등의 생활자금(47.8%)과가구.이불등 혼수용품(45.4%)은 준비해야 한다는게 절반정도사람들의 생각이다.
시부모에게 드릴 예단(21.9%),주택자금보조(14.6%),가전제품(10.6%),자동차(9.0%),예물(2.8%)등도 거론되는 품목이다.극소수가 지참금이야기를 꺼낸다(1.5%).주택자금보조 1천5백70만원,생활자금 6백95만원,자 동차 6백70만원만 계산해도 총 2천9백35만원이라는 산출이 나온다.
예물에 대한 비중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수비용은 결혼당사자나 부모에게 적지 않은 부담일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에 결혼식 및 신혼여행비까지 포함시키면 본인들의 자력만으로 결혼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쉽지않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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