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투자로 14달러 아끼는 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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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39면

생활습관이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암·뇌졸중·심근경색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3대 질병은 좋지 못한 생활습관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전염병은 손 씻기의 생활화로 예방 가능하고, 교통사고 사망도 안전띠 착용이라는 간단한 습관으로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또 거의 모든 치과 질환은 올바른 칫솔질로 예방이 가능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 굳어진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소한 습관 하나라도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건강한 습관을 길러주면 평생 수월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부모가 되면 미래의 어린이들은 더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습관은 어떠한가.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흡연과 음주 시작 연령이 5년마다 1세씩 낮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해하지만, 성경험이나 자살 시도 등 심각한 건강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걱정스럽다. 비만 청소년은 최근 7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영양 섭취량은 늘고 신체활동은 감소한 탓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소년기의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 성인기의 고혈압·당뇨병으로 이어지고, 노년기에 신체적 불구나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보건교육이 중요하다. 아동기부터 손 씻기, 올바른 칫솔질,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습관, 성과 출산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등이 몸에 배도록 집에서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학교 보건교육의 강화가 절실하다. 미국에서는 보건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를 14달러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교 보건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이 하나의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부모들이 ‘아이들 건강을 위한 국민연대’를 결성하고,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어린이 건강대책’도 발표하였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강조되는 현실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보건교육이 홀대 받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보건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초등학교에서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학교 실정에 따라 시간 수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1965년 보건교과가 폐지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난해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라’는 국회의 요구가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관철된 것이 다행스럽다. 교과목 신설이나 초·중등교육의 시간 할애 등은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보건이 정규 교과로 부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충실한 보건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보건교육 정상화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학교 보건교육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정규 보건교과는 보건교사가 담당하면서 모든 선생님이 보건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함께 꾸준히 지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여러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교과과정에는 보건 관련 과목이 교양필수나 선택 중 하나로 되어 있거나 아예 없다. 2009년부터 교직과목 중 교직소양과목은 ‘특수아동의 이해’를 포함하여 4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한다고 하니 나머지 2학점은 보건교육에 배정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현직 교사들에게도 보건 관련 보수교육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보건교육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협력하여 보건소 인력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건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흥미를 북돋우며 교사들에게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그동안 노력을 소홀히 해왔음을 반성한다.

건강한 국민이 부강한 국가를 만든다. 학생들의 건강이 우리의 미래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가 보건교육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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