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에게 물려줄 명품 주식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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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32면

일러스트=강일구

삼성전자의 교훈

10년 내다본 꿈나무 주식 레저·금융주에 씨 뿌려라

김 부장이 주식을 떠올린 데는 사연이 있다. 삼성전자 때문이다. 1998년 초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였다. 지금은 60만원이 눈앞이다. 10년간 1200% 올랐다. 나름대로 실력 있는 투자자라고 자부해 온 김 부장도 “진작 사둘걸…” 하며 번번이 후회한다. 이런 종목은 한둘이 아니다. POSCO는 5만3000원대에서 51만원 가량으로 860% 올랐다.

여태껏 ‘재테크의 제왕’으로 행세한 부동산도 이에 못 미친다. 강남권과 함께 상승폭이 컸던 목동의 아파트를 보자. 아파트 값이 바닥권이던 1999년 1억5000만원이던 목동의 89㎡(27평) 아파트는 지금 370% 오른 7억원 수준이다. 예금도 비슷하다. 98년 초 정기예금(1년짜리) 금리는 9.5%였다. 만약 그 이자율을 계속 적용한다고 가정해 지금까지 복리로 불렸어도 총 2억4700만원(147% 수익률) 정도에 그친다.

이러한 자산 가격의 큰 흐름은 앞으로 10년 뒤에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될성부른 주식 중에서 제2의 삼성전자나 POSCO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더구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 자금을 만들기 위한 투자 붐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주식시장을 따끈따끈하게 데울 장작들이다.
 
소프트의 힘

고수들이 펼쳐 보인 10년 뒤 ‘알짜 주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그래픽 참조). 특히 고령화와 선진국형 소비 패턴의 정착으로 레저·보험·쇼핑 등의 업종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전자·철강·조선 같은 지금의 ‘하드 산업’에서 이른바 ‘소프트 산업’으로 시선이 쏠린다는 예측이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팀장은 “실버층의 확대로 바이오·레저 수요가 늘고, 자산 증가로 금융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10대 종목으로 LG생활건강·삼성증권 등을 꼽았다.

저서를 통해 ‘10억 만들기’ 붐을 일으켰던 교보증권 김대중 목동지점장도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가 중장년층으로 편입되면서 의약품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품을 만한 주식으로 유한양행을 꼽았다.

특히 금융사 중에선 신한지주 이름이 많이 거론됐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은 “가장 균형 잡힌 자회사 구조와 탁월한 수익성, LG카드 인수를 통한 잠재적 고객 확보가 매력”이라고 했다.

여행사인 모두투어와 차량 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 업체인 팅크웨어도 여러 고수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현대증권 오성진 포트폴리오 분석부장은 “국민소득과 은퇴자가 모두 늘어 해외여행업이 성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적극적으로 점포를 확대하는 모두투어가 기대된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2007년 펀드평가에서 운용사 평균 수익률 1위(51%)에 오른 동부자산운용의 김광진 조사분석팀장은 “전자지도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선두를 달린다”며 팅크웨어를 골랐다.

레저업의 틀에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과녁권에 포함됐다. 출산휴가를 앞두고 엄마의 마음으로 종목을 골랐다는 미래에셋증권의 안선영 투자전략팀장은 “장거리 노선 호황의 최대 수혜자며, 중국 소비 증가로 혜택을 볼 대한항공이 유망하다”고 했다.

천리안 만들기

넓은 벌판에서 자녀 손에 쥐여줄 꽃 같은 주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10년 뒤를 본다면 더욱 자신없어진다. 멀리 보는 눈을 갈고닦는 비법은 뭘까.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라는 책을 써 유명한 현대증권 오 부장은 “지금의 1등은 답이 아니다”고 했다. 주가에 이미 기업가치가 많이 반영돼 오름폭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는 이에 보태 ‘기업 경쟁력=수익력’의 공식을 볼 때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주식을 고르라고 권했다.

지난해 ‘10년 투자펀드’를 내놓아 주목받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핵심 역량’을 얘기했다.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표준을 창출해 경쟁사가 넘보지 못할 ‘구조적 진입장벽’을 쌓았기에 주가도 돋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세월을 생각하면 ‘유연성’에도 주목하라”고 했다. 어떤 변화가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예로 들었다. 10년간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캐논·니콘은 변신에 성공했지만 독일 업체들은 전통에 집착해 생존이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하나대투증권의 김영익 부사장도 ‘진입장벽’과 ‘이익 증가세’를 선택 기준으로 삼으라고 했다.

신세대 가치투자자인 VIP투자자문의 김민국 공동대표는 ‘아버지 투자론’을 말했다. 아버지 때에도 있었고, 지금도 거뜬히 존재하고, 미래에도 살아남을 주식이 답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끊을 수 없는 비즈니스’를 하는 주식이다. 그는 농심과 KT&G·하이트맥주를 그런 종목으로 꼽았다.

대물림의 기술

요즘엔 펀드로 자녀들에게 부를 물려주는 투자자가 많다. 실제로 2001년 여름에 나온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펀드처럼 연 720%의 누적수익을 올린 히트 상품도 있다. 그러나 주식엔 다른 장점도 많다.

문맹보다 무섭다는 ‘금맹(金盲)’을 막아주는 효과가 대표적이다. 투자한 주식을 놓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신문 경제면 등을 꼼꼼히 읽으며 숫자와 금융상품에 대한 IQ는 물론 기업과 산업에 대한 안목도 길러줄 수 있다. 생생한 경제현장은 곳곳에 있다. 이마트에 손님이 북적대면 신세계와 소비를 화두로, 방학여행을 떠날 땐 현대차며 팅크웨어 같은 주식을 얘깃거리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투자는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펀드와 달리 투자 위험이 높아 흠이다. 얼마나 투자해야 효과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성진 부장은 “모의실험 결과 금액을 정하는 대신 주식 수를 정하는 게 성과가 나았다”며 “최소 거래단위인 10주씩 사는 걸 권한다”고 했다.

눈여겨본 종목이 너무 비싸다면 단주거래를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5만원 이상인 거래소 종목은 장중 1주씩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코스닥은 제한이 없다.

나아가 오 부장은 주가 바닥을 예측하는 건 어려우므로 매년 생일날이나 부모와 정한 시험성적 등 목표를 달성한 때로 시간을 정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 계좌 개설은 부모가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등으로 쉽게 할 수 있다.

하나은행 김창수 팀장은 “사전에 증여 공제한도(미성년자 1500만원)까지 먼저 현금을 증여한 뒤 그 돈으로 주식을 사주는 방법이 좋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공식 증여를 통해 신고 절차를 밟아야 훗날 주가가 크게 올라도 세금을 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녀들의 주식 직접투자에도 분산투자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광진 팀장은 “10년 세월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최소 5종목 이상에 나눠 투자하라”고 권했다. 김대중 지점장도 “주가는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언제든 뜻밖의 악재가 돌출할 수 있다”며 “시간과 금액을 나누는 것은 철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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