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49>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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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25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는 것 같다. 제8구단 센테니얼을 둘러싼 프로야구 7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얘기다. 마치 고결한 공주님 하나를 모시는 7명의 시종과 그 공주를 구하기 위한 왕자님 같아서다.

19일 KBO 이사회는 센테니얼의 제8구단 가입을 승인했다.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였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가입금이었다. 가입금은 리그에 들어오기 위한 일종의 ‘입장료’다. 그걸 제대로 내고 들어와야 기존의 멤버들과 평등한 관계가 설정된다. 그리고 그 ‘평등’이라는 개념은 리그의 주춧돌이다. 회원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특별대접을 받거나 예외조항을 적용받는다면 리그의 균형이 무너진다. 센테니얼은 KBO에 지불해야 하는 가입금 120억원 중 15일 납입한 1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08억원을 ‘후불’로 내기로 하고 승인받았다. “다른 구단도 그렇게 했다”는 말은 무단횡단을 한 뒤 “다른 사람도 빨간불일 때 건너갔다”고 변명하는 격이다. 리그에서 ‘8개 구단’이라는 개념과 ‘7개 구단과 또 하나의 구단’의 개념은 다르다. 2008년 프로야구는 그 후자를 택했다.

7개 구단이 일곱 난쟁이 역할이라면 KBO는 왕자님 역할이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나는 센테니얼과 한 배를 탔다” “센테니얼의 재정에 대해서는 믿음으로 접근했다. 긍정적으로 봐달라”는 등 특혜를 인정하는 듯한 우호적인 말을 쏟아냈다. KBO에서 일하던 인물이 센테니얼로 가고, 현대 유니콘스에서 퇴임한 김시진 감독에겐 KBO 경기위원 자리를 제시했다. 아예 대놓고 “우린 한 가족”이라고 말하는 격이다. 센테니얼과 KBO는 사랑하는 사이. 그럼 나머지 7개 구단은 들러리? 리그 사무국이 특정 구단을 대놓고 챙겨주는 사례는 세상 어느 리그에도 없다.

왕자님이 키스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공주님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독이 든 사과가 입 밖으로 나왔다. 왕자님 KBO는 공주님을 살피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프로야구 가치 하락을 직접 체험했으며 향후 프로야구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 태어나는 데 앞장서기 위해. 프로야구의 가치 하락? 좀 이상하다. 프로야구는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넘어섰으며 방송 중계료, 타이틀 스폰서 등의 수입은 줄곧 인상됐는데, 그 구단의 가치는 떨어졌고 KBO는 몸집을 줄여 구조조정에 나선다? 박노준 단장은 “신상우 총재-하일성 총장이 프로야구를 붐업시켜 놨다고 방송에서 말했는데? 그리고 가치 하락을 공개할수록 센테니얼을 스폰서할 상대와 금액은 줄어들 텐데? 그럼에도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이유는 혹시 이제까지 방만한 운영을 했다는 인정?

현재 센테니얼이 입 안에 담고 있는 ‘독이 든 사과’는 구단의 만성 적자다. 센테니얼은 그 적자라는 사과를 토해내기 위해 ‘살을 깎는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감독 연봉부터 다른 구단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 ‘비용절감’의 코드. 이거 KBO와 비슷하다. “아껴야 잘살지”에는 동의하지만 쌍방울·삼미·청보 등 작은 구단의 과정과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가 잘 안다. 확실한 건 이런 과정에서 리그 전체의 가치는 떨어지고 그 가치가 떨어질수록 공주님의 수익모델은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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