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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환자의 음주는 불난 데 기름 붓는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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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석기시대부터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의식이나 관혼상제 때마다 술이 올라가고 희노애락을 술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인간관계의 윤활유 노릇을 한다. 또한 강한 욕구불만이나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술은 당뇨환자에게는 ‘치명타’라 할 수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술은 건강하든 아니든 몸에 해로운 것이니 당뇨환자에게도 당연히 해롭다. 당뇨와 건강에 이로운 것일수록 긴 설명이 필요하듯 술과 당뇨의 관계를 천천히 살펴보자. 당뇨환자들에게 술은 절대로 금물인 이유는 우선 술은 영양소는 없고 열량만 내므로 음식 대신에 술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은 열량은 있지만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술만 마시면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진다. 또한 알코올 자체의 독성이 간과 뇌를 심하게 손상시키고 당뇨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당뇨병 환자가 식사를 하지 않고 안주도 없이 소주나 양주를 과음하면 탄수화물의 섭취부족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 심한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이 포도당을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포도당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은 더욱 어려워진다.알코올은 저혈당증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알코올성 저혈당이 당의 조절이 시원치 않은 당뇨환자에서 훨씬 잦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술의 성분인 알코올은 1그램당 7칼로리의 열량을 낸다. 그리고 한 두 잔의 음주만으로도 최소 100~200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으므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당뇨인의 경우에 주의해야 한다. 혈당조절이 잘 되는 당뇨환자라면 소량의 음주로써는 그다지 혈당이 상승하지 않지만 술에 함유된 첨가물(일반적으로 소주에는 올리고당이 함유돼 있다)에 의해서 혈당이 상승할 수도 있다.

간은 혈당이 저하될 경우 간세포에서 저장된 당원을 분해하거나 포도당이 아닌 다른 물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포도당을 만들어 혈액 속으로 방출함으로써 혈당이 저하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알코올은 간이 당을 생성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당뇨환자들에게는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알코올은 중추신경억제 작용이 있어 저혈당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말초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이나 순환기능 장애가 있는 당뇨환자에게는 더욱 나쁜 영향을 끼친다.

당뇨환자는 무조건 금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잘못 알려진 ‘맥주는 해가 되지만, 소주는 괜찮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소주는 맥주의 같은 양에 비해 4배의 열량을 내기 때문에 더 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술은 열량만 내고, 영양분은 없기 때문에 과음하면 심한 저혈당을 가져다주고,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간이 손상되는 것을 비롯해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당뇨환자에게 술은 백해무익하다.

간혹 당뇨의 식이요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원래 당뇨라는 병은 완치까지의 길이 멀고도 험한 질병이기에 조금이라도 효험이 있다라고 입소문이 나돌면 무조건 맹신해버린다. 그래서 검증되지도 않은 민간요법이나 얼토당토한 가설이 판을 치게 되고, 별효과도 없는 약을 구입한다던가 혹은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을 이로운 것이라 믿고 행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당뇨환자들에게도 1~2잔 정도의 술은 괜찮다. 하지만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1~2잔으로 술자리가 끝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신명한의원 김양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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