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땅 부자가 컨셉트냐” MB 측 “정당한 부 비난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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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첫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이 22일 일제히 보도되자 통합민주당은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아침에 신문을 본 사람들 중에는 부동산 투기 단속 결과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부자가 죄는 아니지만 장관 후보자 15명의 총재산이 587억원이라 했을 때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도 땅 부자니까 아예 첫 번째 내각의 컨셉트를 땅부자로 가려고 하는 것이냐”며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장관’이라고 해야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20일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타결 때까지만 해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쉽게 협조할 것으로 보였던 통합민주당의 원내 분위기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로 돌아섰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전성시대라는 이야기에 이어 ‘강부자(강남 땅부자)’ 전성시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거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국민이 1% 안 되는 사람들밖에 대변할 수 없는 특권내각·부자내각·투기내각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검증 기준을 퇴색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은 곧 인사검증 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봉주 전략기획위원장은 “재산 형성 과정뿐만 아니라 병역 기피 의혹, 논문 표절 여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일각 “여론 추이 지켜보자”=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부자내각’ 논란 진화를 서둘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보유 부동산 검증의 기준은 적법성 여부에 뒀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서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위원이 안 된다면 흑백논리”라고 맞섰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법적으로 세금을 착실히 내고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다면 많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해 그는 “우리가 살다 보면 어느 지역이 좀 살기가 좋아진다고 그러면 이사를 가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걸 투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의 기류는 미묘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비서실 차원에서 논의했으나 좀더 지켜보자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여론 추이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들의 능력과 도덕성,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재산 형성 과정 등 일부 의혹이 제기되는 후보에 대해선 관련 불법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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