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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를 내 몸에 수혈? 자가수혈 각광

중앙일보

입력

평소 남아도는 내 피를 잠시 보관해뒀다가 수술 등 필요할 때 수혈하는 게 가능할까?

수혈용 혈액이 병원 요청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혈액부족 사태가 심각한 가운데 하나의 대안으로 ‘자가 수혈’이 주목받고 있다.

자가 수혈이란 수술할 때 버려지는 자신의 피를 다시 사용하거나, 수술 전에 미리 자신의 혈액 중 일부를 뽑아 보관한 뒤 수혈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자가 수혈은 의료계에서는 각광받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자가 수혈이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하고, 비용이 비싸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상계백병원 관계자는 “자가 수혈은 일반헌혈보다 혈색소 채취기준도 낮고, 수혈을 통한 감염의 위험도 없으며, 본인이 경미한 감염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피를 다시 주입하는 것이어서 항원에 대한 부적응률이 현저히 낮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수술 과정 또는 미리 뽑은 피를 재활용?

자가 수혈은 심장 신경외과적인 수술 뿐 아니라 치과적인 수술 또는 인공관절 수술에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 척추수술 및 자궁적출수술 등에도 자가 수혈을 하기도 할 정도.

우선 흔히 알려져 있는 심장이나 신경외과적인 수술에서 쓰이는 시술법은 ‘출혈혈액 회수법’.

환자가 수술을 받을 때 수술부위에서 출혈되는 혈액은 ‘Cell Saver’라는 기계에 모아 세척과정을 거친 후 다시 주입하는 것으로 모든 나이의 환자가 시술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는 수술직전 혈액을 채취했다가 혈액 증량제를 주사를 투여해서 혈액을 희석시키는 방식의 자가 수혈법도 있다. 역시 나이의 제한은 없다.

특히 최근 많이 이용되는 턱관절 수술이나 악교정 수술의 경우는 ‘혈액 예치식 자가 수혈’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 시술은 수술하기 한 달 전부터 1~2주 간격으로 수술 3일 전까지 채혈을 완료한 뒤 수술시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긴급한 수술이나 응급상황의 경우 사전 채혈이 불가능해 미리 수술계획이 잡힌 환자에 한해 적용 가능하다.

이밖에도 출혈혈액 회수법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비용부담이 적고, 혈액 예치식 자가 수혈 역시 자기피를 수혈 받는 경우라 비용 발생이 거의 없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 암환자, 장파열 등 혈액오염시 못해

현재 우리나라의 혈액 재고 상황은 대략 1.7일분 정도로 만약 긴급한 상황이나 많은 인명이 다쳤을 경우 혈액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점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우리사회가 이미 노령화 단계에 접어 든데다 감염의 위험이나 혈액사고의 부작용 등에 부담을 느껴 헌혈을 하려는 공여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자가 수혈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세종병원 마취과 김종현 교수는 “자가 수혈은 남의 피를 받는 것이 아니므로 감염에 대한 우려도 없어 위험한 심장수술에서도 부담 없이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가 수혈은 임상경험이 풍부한 많은 의사들의 협력이 요구되는데다 혈액 속에 세균이 있는 암환자의 경우나 장 파열과 같이 상처가 심해 혈액이 오염된 경우는 시술할 수 없는 한계점도 있다.

유의할 점은 자가 수혈이라 하더라도 수혈에 따른 오한이나 현기증, 신경장애등의 경미한 부작용은 있을 수 있어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것.

김종현 교수는 “노령화 사회로 갈수록 더 많은 대체 수혈 방법이 연구돼야 하며 이미 학회에서도 그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는 혈액 수급의 문제점들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 “자가 수혈을 시술하는 의사들도 늘어나고 있어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자가 수혈 이용률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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