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학이 뜬다] 5. 버섯 추출물 AHC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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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서 항암 성분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버섯 추출물을 가공처리해 만든 AHCC(Active Hexose Correlated Compound, 활성화 복합 6탄당)는 이런 배경에서 태어난 건강보조식품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과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된 건강보조식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AHCC는 1986년 일본 도쿄대 약학부 오카모토 도시히코 교수와 일본의 벤처회사인 아미노업이 개발한 성분.

표고버섯 등 버섯의 담자균을 발효탱크 속에서 수십일 동안 숙성해 만들어낸 다당류다.

◆인체 대상 실험서 입증=지금까지 동물실험에서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등 항암효과가 입증된 물질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동물과 사람은 신진대사 등 생물학적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2002년 저명한 국제학술잡지인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는 일본 간사이(關西)의대 외과 야수오 가미야마 교수의 AHCC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1992년부터 이 병원에서 수술받은 간암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113명은 AHCC를 매일 3g씩 투여하고 나머지 109명은 AHCC를 투여하지 않은 채 2001년 12월까지 관찰했다. 이 결과 AHCC 투여그룹에선 39명(34.5%)이 재발했으나 비투여 그룹에선 72명(66.1%)이 재발했다. 또한 AHCC 투여 그룹에선 23명(20.4%)이 사망했으나 비투여 그룹에선 51명(46.8%)이 사망했다. 재발과 사망률 모두 AHCC를 복용한 환자들이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항암효과를 보인 것.

◆면역능력 높여 암 퇴치=이번 연구의 최종 책임자이자 간사이의대병원 부원장인 가미야마 교수는 "AHCC가 면역세포인 NK세포의 능력을 높이고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함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현재 간사이병원을 비롯한 일본 내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제.방사선치료 외에 면역요법의 하나로 AHCC가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AHCC는 항암제 등 약물과 달리 단일 성분이 아니다. 알파글루칸 등 여러가지 다당류가 혼합된 복합물질이다. 장점이라면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다는 것. 가미야마 교수는 "임상시험 동안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암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체중감소 현상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약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이므로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현재까진 간암 대상 연구가 가장 활발하나 다른 부위의 암에도 간접적으로 효과가 있으리란 것이 가미야마 교수의 설명이다. 동물실험은 물론 대규모.장기간 역학연구에서도 효능이 입증된 만큼 AHCC가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대된다.

◆근본적인 치료에는 한계=그렇다면 AHCC는 암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는 마법의 약인가. 가미야마 교수는 "AHCC는 어디까지나 수술 등 기존 치료의 보완요법으로 생각해야 옳다"며 "실제 말기 췌장암과 말기 간암을 앓는 한국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서 AHCC 요법을 받았지만 모두 숨졌다"고 말했다. 재발을 줄여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입증됐지만 그것이 곧 말기 암환자를 완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대 의대 소화기내과 나단 배스 교수는 가미야마 교수의 논문에 대한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기고에서 "미국에서 AHCC는 60개(1정 500㎎)들이 한 병당 70 ~ 100달러에 판매된다"며 "하루 6알 투여해야 하므로 간암환자의 경우 5년 정도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1만3000 ~ 1만8000달러가 드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용 면에서 모든 간암환자들에게 투여해야 하는지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한달치 35만원 정도로 시판 중이며 제조사인 일본 아미노업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

◆버섯 먹어선 효과 기대 못해=AHCC 알약보다 버섯 자체를 먹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간사이의대 가미야마 교수는 "AHCC의 주성분인 알파글루칸이며 자연 버섯의 담자균은 베타글루칸이므로 서로 화학구조식이 다르다"며 "면역력 증강이나 항산화작용 등 AHCC에서 기대되는 알파글루칸의 효과를 자연 버섯에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 민간요법에 불과했던 버섯 추출물을 제도권 의학이 인정하는 정식 치료법으로 격상시킨 가미야마 교수 등 일본 의학계의 노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년간 경험적으로 전수돼온 비방 가운데 의학적 검증을 거칠 경우 반짝이는 옥으로 변신할 후보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미야마 교수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자연식품 가운데 옥석을 가리고 연구와 가공을 통해 효능을 배가시킨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제도권 의료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오사카=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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