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축구 내달 평양서 승부 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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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이 앞서 갔다. 전반 20분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한국 염기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사진<左>). 하지만 북한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27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북한 정대세가 동료와 얼싸안고 포효하고 있다<右>. [충칭=양광삼 기자, 연합뉴스]

남과 북의 탐색전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월 26일 평양에서 열릴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2차전에서 맞설 남북한이 ‘예비 매치’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5승4무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20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전반 염기훈(울산)의 프리킥 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괴물 스트라이커’ 정대세(가와사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1승1무가 된 한국은 일본과 승점·골득실이 같아졌으나 다득점(한국4, 일본2)에서 앞서 1위를 지켰다. 한국은 23일 일본과 최종 3차전에서 이기면 우승을 차지한다.

허정무 감독은 가벼운 부상을 당한 박주영(서울)을 벤치에 앉혀 두고, 장신 고기구(전남·1m87㎝)를 원 스트라이커에 배치했다. 염기훈과 이근호(대구)가 좌우 윙포워드로 나섰고, 이관우(수원)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진을 조율했다. 중국전 스리백이었던 수비는 포백으로 바꿨다. 곽태휘(전남)와 강민수(전북)가 중앙을 책임졌고, 곽희주(수원)와 이상호(제주)가 좌우 윙백으로 자리 잡았다. 골문은 상무에 입대한 김용대가 지켰다.

한국은 김남일(빗셀 고베)-조원희(수원)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가 강력한 압박으로 중원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북한은 스트라이커 정대세만 전방에 남기고 수비에 치중했다. 정대세는 전반 한국 수비의 밀착 마크에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의 선제골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하게 움직인 염기훈이 만들어냈다. 전반 20분 아크 오른쪽에서 염기훈이 수비 한 명을 제쳐내는 순간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안영학(수원)이 파울을 했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이 왼발로 가볍게 감아 찬 공은 북한 수비벽을 넘어 골문 왼쪽 귀퉁이로 파고들었다. 염기훈의 A매치 2호 골이었다.

 후반 3분, 세련되지 못한 북한 축구의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드러났다. 수비수 박철진이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심판을 밀치는 바람에 퇴장당했다.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더 몰아붙일 수 있었으나 허정무 감독은 일본과의 최종전을 대비한 듯 김남일·이관우 등 주전 미드필더를 뺐다. 그러자 북한의 기세가 살아났다.

후반 27분 북한 정대세의 괴력이 드러났다. 역습으로 넘어온 공을 받은 정대세는 곽태휘와 강민수 사이를 빠져 들어가며 오른발 강슛을 날렸다.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네트를 갈랐다. 일본전 선제골에 이은 정대세의 2경기 연속 골이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이근호의 결정적인 슛이 북한 골키퍼 이병국의 선방에 막혀 승기를 놓쳤다.

한편 박주영이 북한전에 출전하지 않은 이유는 가벼운 부상에다 일본전을 대비한 허정무 감독의 배려 때문이었다. 박주영은 17일 중국전에서 허벅지를 차였다. 치료를 잘 받았고, 전날 마무리 훈련까지 다 소화했는데 경기 당일 아침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허 감독은 무리하지 말자며 북한전 선발에서 그를 빼기로 결정했다. 박주영은 북한전을 앞두고 후보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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