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내년 철도1백년 公社化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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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6년은 우리나라 철도의 체제와 운영이 철도 출범 1백년만에크게 탈바꿈하는 해다.
정부의 보호속에 자라온 철도가 국영(國營)의 굴레를 벗고 반관반민(半官半民)의 공기업 형태인 「공사(公社)」로 바뀌기 때문이다. 철도는 그동안「국민의 발」이라는 공공성이 크게 앞서 경영의 자율과 수익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철도는 만성적인 적자(지난해말 현재 3천2백46억원)에 시달리고,이는 결국 승객에 대한 서비스 불량으로 이어지고 있다.또 조직이 경직되고 정치적 영향을 받기 쉬워 자율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경영적자 상태는 개선될 여지가 없었다.
민간기업에서 일반화된 과학적인 노무.인사관리를 외면해 왔던 것도 철도사업의 공공성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公社 전환=이같은 국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공사로의 전환 몸부림으로 나타났다.공공성.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할수 있다는 장점이 고려된 것이다.
89년「한국철도공사법」이 제정되면서 93년1월 자본금 7조원의 철도공사 발족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92년 당시 철도의 누적부채가 1조6천여억원에 달한데다 운임이 원가의 70%수준에 불과해 공사가 되더라도 부실기업이 돼 결국 정부가 부담을 안게될것이란 지적에 따라 다시 3년이 연기됐다.
정부는 그후 93년 1월1일자로 누적부채 가운데 1조5천여억원을 정부의 일반회계로 흡수,탕감해주고 93년이후 3년동안 여객및 화물운임을 매년 10%씩 올려 원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사화는 경영의 자율성이 일정부분 확보되고 철도 운송 사업이외에 역세권개발과 관광.창고업등 부대 수익사업이 허용돼 경영을 호전시킨다는 장점이 매력이다.
김인호(金仁浩)철도청장은 『공사화에 맞춰 철도조직을 원가개념에 의한 기업경영체제(사업부제등)로 전면개편할 방침이며 9월부터는 공사체제로 시험운영,고객을 제대로 모시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도가 국영에서 공사로 바뀐다 해서 곧바로 경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서비스가 향상되리란 낙관은 금물이다.이는 2백여개가 넘는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영실적이 대부분 크게 좋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액 정부투자기관인 철도공사는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장선임과 직원 인사가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예산과 운임결정도 재정경제원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결국 국영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게다가 철도요금만 오르고 채산이 맞지 않는 일부 노선의 서비스도 중단돼 결국 「국민만 손해 보는 공사화」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 그동안의 경영비효율에 대한 책임이 철도인들에게 있다는반성을 하고 서비스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도청은 최근 검토한 조직체제 개편 말고는「뼈를 깎는 아픔의흔적」이 안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일부에서는 공사화에 맞춰 철도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되 운영은 별도 법인에 맡기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스웨덴의 경우 국영철도 운영권을 철도공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만 받고 있는데 큰 흑자를 보고 있다.
◇민영화 검토=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철도의 민영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미리 이에 대비하는 작업에 나서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
***日本에선 民營化 교통수단으로 철도의 독점성과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공사체제로도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는지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철도의 재정자립이 선행돼야 한다.현재 26개노선 가운데 경부선과 경인선.중앙선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에서 민영화는 물론 공사화때의 성공여부도불투명하다.
또 철도운영에 참여하는 기업에 역세권(驛勢圈)개발이나 레저시설 운영.상가운영.택지개발등 과감한 부대사업을 통해 수지를 맞춰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민영화 시기에 대해서는 사회여건을 들어 신중론이 우세하다.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5조3천3백억원짜리의 「덩치」 큰 조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영국.독일등 철도선진국들이 당초 민영으로 시작했으나 재원부족과 공익적 차원에서 국유화 뒤 다시 공사형태로 전환된 경험도 참고해야 한다.
일본만이 49년 국영에서 공사를 지나 87년 6개 여객철도회사와 1개 화물철도회사로 민영화해 운영하고 있다.
〈陰盛稷 本紙 교통전문위원.金起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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