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카스트로 1인 독재 … 쿠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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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0년 가까이 쿠바를 철권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권력은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6) 국방장관에게 승계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9일 “24일 열리는 쿠바 의회에서 라울을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지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라울은 2006년 7월 카스트로가 장 출혈 수술을 받은 뒤 공식석상에서 물러나자 국가평의회 의장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 그는 군부를 확고히 장악해 카스트로 이후 내부 소요나 쿠데타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쿠바가 그동안 사회·문화적으로 상당히 개방을 추진한 상태여서 급격한 민주화나 반체제 등장 확률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울이 고령인 데다 쿠바혁명을 이끈 형과 같은 카리스마나 대중적 기반이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리더십이나 정책 결정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쿠바가 앞으로 공산당 1당 독재에서 사회주의 체제는 유지하나 민주화는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울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느냐는 결국 경제에 달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쿠바는 반세기에 걸친 미국의 경제 봉쇄로 극심한 경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AP는 “쿠바 국민은 라울이 숨막힌 계획경제 체제의 숨통을 터 주는 경제 개혁을 추진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울도 최근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며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도입할 뜻을 시사했다.

라울은 경제 성장을 위해 이웃이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반카스트로 단체들의 움직임도 쿠바 정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 방문 중인 아프리카에서 “카스트로의 사임을 계기로 쿠바가 민주주의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이를 위해 미국은 쿠바 국민이 자유의 축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쿠바 민주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미국은 진작부터 ‘카스트로 이후’를 겨냥한 계획을 마련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자유쿠바 지원을 위한 미국위원회(USAFC)’를 발족시킨 바 있다. 미 정부는 쿠바를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정부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까지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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