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뉴스 소재로 창의적 해결력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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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말하는 걸 배우는 토론은 가장 좋은 논술 공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확하고 바르게 말을 하는 건 글을 쓰는 과정과 거의 비슷합니다. 표현방식만 다를 뿐이지요.” 백춘현(사진) 민족사관고 교사의 ‘토론 예찬’이다. 도덕 수업을 토론으로 진행하는 백 교사는 이 학교의 토론연구소장(교사)이자 초·중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민사고 토론캠프’의 총괄 교사다. 민사고의 논술 지도 방법을 다룬 『민사고 논술』(민사고출판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백 교사에게 학교나 가정에서 활용해 볼 만한, 토론을 이용한 논술 공부법에 대해 들어봤다.

 -논술의 기본 원리는 무엇인가.

“입시 논술에서 대학들이 평가하려는 요소는 세 가지다. 정확하고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가, 그 지식을 보편적·객관적으로 조직하는가, 문장으로 잘 표현하는가다. 즉, 내용·구조·표현이 논술의 3요소다. 여기에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내는 창의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지난해 서울대 수시2 논술 시험에 출제된 호동왕자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제시문의 앞뒤 배경뿐 아니라 호동의 문제 상황을 분석,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기만의 해법을 창의적으로 잘 표현해야 한다.”

-토론이 왜 논술에 도움이 되나.

“좀 딱딱하게 말하면, 둘 다 타당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토론은 다툼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게 바르고 정확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를 논술할 때 적용하면 된다. 상대와 대화를 한다고 가정하면 더 객관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토론은 비판적 사고력도 길러준다. 토론하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를 상대가 지적할 수 있다. 가령 ‘영어 공용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장점만 잔뜩 준비했는데, 상대가 ‘공용화’는 ‘모든 문서에서 영어와 우리말을 함께 쓰는 것을 뜻한다. 이런 공용화는 불필요하다’고 반박하면 속절없이 당한다. 이런 경험을 하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또 토론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고민하게 한다.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편을 나누어 온갖 지혜를 짜내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겠는가? 이렇게 논술이 평가하는 비판적·논리적·종합적 사고력을 기르는 게 곧 토론이다.”

-토론하면 논술에서 강조하는 창의력이 생기나.

“토론 상황은 늘 가변적이다. 준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상황은 창의력을 자극한다. 그러므로 평소 출제 가능한 주제로 토론하면 유연하게 머리를 풀 수 있다. 당연히 토론은 구술시험을 준비하는 데도 좋다.”

-토론과 논술은 어떻게 접목하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를 소재로 삼으면 된다. 가령 숭례문 화재를 놓고 문화 수준·사회적 책무·상징·복원비용·진압방식 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이런 항목을 조사한 뒤 각자의 생각을 밝히면 된다. 이런 걸 글로 옮기면 논술이 된다.”

-토론과 논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은가.

“토론이나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용을 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논술에 자주 출제되는 학술적 글은 문학적 글과 읽는 법이 다르다. 따라서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주장과 근거를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다음은 근거가 타당한지, 근거와 주장 간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 논증 구조를 검토한다. 분석·비판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나아가 해결책을 찾아 타당성을 검토한다. 이런 훈련이 끝나면 논술로 넘어간다. 논술도 문제 분석-해답 모색-근거 만들기-쓰기 등으로 나눠 공부한다. 이 정도 준비가 됐으면 토론으로 넘어간다. 생각 밖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민사고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나.

“민사고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은 다양하다. 나는 1학년 도덕 수업을 토론으로 한다. 교육과정에 맞게 세계화·정보화·과학화 등 논술 주제를 택해 읽기 자료를 준다. 학생들이 탐구할 주제를 스스로 공부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논술하게 한다. 그 다음 찬반 두 편으로 나누어 토론하게 한다. 학생들은 정보와 자료를 모아 쓰고 토론하면서 논술 실력을 기른다.”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처음엔 낯설어 하다가도 서서히 적응해 간다. 효과를 알기 때문이다. 외국 대학에 진학한 민사고 졸업생들은 후배들을 위해 제발 토론 수업을 많이 해달라고 한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우리 학생들은 초·중·고에서 토론식 수업을 해온 외국 학생들을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검증된 결론을 글로 쓰면 논문이 된다.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토론식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신상윤 기자 ken@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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