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닭 울음소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 위치한 ‘닭 문화관’은 닭을 주제로 만들어진 사립 박물관이다. 닭 박물관은 한국 전통문화유산의 일부인 닭 모양의 목 조각과 닭 민화의 보존과 알림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1층은 다(多) 문화 기획전시장이자 쉼터이고 2층은 상설 전시장이다. 전시품은 200여 나라 닭 문화와 3~4천 점의 닭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는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앞 못 보는 우리 부친 어찌 잊고 가잔가!
<심청전에서 심청이의 애끊는 심정을 적절히 읊은 한 구절>심청전에서>
울고 나니 하늘이 트이고
높이나니 바다빛이 검프르러라.
붉은 해는 동녘에 높이 떠 있네.
<김세필 ‘시상록’ 중 한 구절>김세필>
‘닭 문화관’은 이색 박물관 가운데서 튀는 축에 속한다. 우리 삶과 일상에 개는 남아 있으나, 닭은 제 자리를 잃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실제로 ‘닭’으로도 문화와 일상사를 논할 수 있다.
닭은 예로부터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새날을 제일 먼저 세상에 알린 서조(瑞鳥)였다. 아주 상투적인 수사로 새벽의 상징은 곧 닭이다. 영원히 대체되지 않을 상징이다. 그런데 우리는 닭에 대해서 딱 거기까지만 안다. 새벽과 아침 사이에서 두 세계를 잇듯 닭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두 세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닭은 벼슬이 성정이 올곧고 기품이 있는 선비를 상징했다면, 닭은 자신의 무기인 발톱을 이용해 적을 만나면 죽도록 싸우는 기백 넘치는 용자의 얼굴을 지니기도 했다. 닭은 선조들의 삶과 일상에서 거의 분리되는 법이 없었는데, 그저 생활의 일부요, 생존을 극복하는 동조자로 제몫을 톡톡히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새벽에 닭이 울면 새날을 맞은 가족은 저마다에게 맡겨진 일과가 시작되며 새댁은 시어머니를 따라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간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