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스트리트저널>영국 폭력광고 뜨거운 反사회성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런던의 한 어두컴컴한 극장 안.화면에는 총을 든 여인과 흩뿌려진 피,총알로 벌집이 된 시체와 같은 혐오스런 장면이 비친다. 이것은 퀀틴 타라티노 감독(폭력물로 유명한 신예감독)의 신작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내추럴 본 킬러(타고 난 살인자)』의 예고편도 아니다.이것은 광고다. 사치&사치社가 젊은이들의 패션잡지 『말하지 말라(Don't Tell It)』誌의 판촉을 위해 제작해 곧 공개할 이 광고는 흔히들 X세대라고 일컬어지는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소비계층을 목표로 삼는 영국광고업계의 최근 움직임을 보여주는 한 예다. 영국광고업계에는 의미 없는 말이 반복되며 폭력장면으로 가득찬 새로운 장르의 광고가 생겼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런 광고들이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길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로 하워드-스핑크 광고대행사의 아드리안 홀름스 회장은 『분노가 저류에 깔려 있는 광고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우려되는 것은 공격성.폭력.반사회적 행동 등이다.』 최근의 광고는 가장개방적인 시청자들조차 역겹게 느낄 정도다.
런던의 한 보석상 광고에서는 도끼를 휘두르는 청부업자가 보석을 찬 채 도망가는 잘린 손을 좇는 장면을 묘사한다.이 스포트광고는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장』이라는 말로 끝난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광고는 아들이 할리 오토바이를 사느라 돈을 다 써 버리는 바람에 전기휠체어를 살 수 없다고 한탄하는 나이 든 신사를 그리고 있다.이 광고는 오토바이 옆에선 아들의 모습과 함께 『아주 무책임한 일』이라는 뻔뻔 스런 자막으로 끝난다.
이런 광고들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18~30세 계층은 어떨까. 한 젊은 여성은 『보다 충격적인 것이 좋다』며 『이런 광고의 영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새로운 스타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광고가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사치社의 마케팅부장인 린더 그레이엄은 『광고란 항상 그것을 둘러싼 사회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충격적인 광고가 광고업계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이탈리아의 베네통은 에이즈로 죽어가는 남자와 피로 범벅이 된 제복을 입은 크로아티아병사 등 말 많은 광고들을 예술의 형태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베네통광고는 충격적 광고를 추구하면서도 항상 정치적.
사회적 주제를 부각했다.새로운 종류의 이들 광고는 무책임한 행동과 폭력,기존질서의 전복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광고업계의 이런 추세는 영화나 TV광고에 그치지 않고 잡지와 케이블TV 광고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영국광고계에 윤리적 논쟁을 촉발시키는 한편 광고산업에 점차 추가적인 규제와 한계를 두자는 광고반대세력들의 로비에 좋은 재료가 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런 광고들이 대체로 이로인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홀름스는 말썽 많고 발언권이 없는 젊은이들을 목표로 삼은 시장에 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역설한다.그는 『만일 광고가 좋지 않은 것을 반영한다면 거울을 옮겨 더 나은 쪽이 비치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