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세계화시대의 은행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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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일본의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이 합병해 도쿄미쓰비시은행이라는 총자산 72조엔의 세계 최대은행이 탄생했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금융계에 쇼킹한 뉴스가 됐다.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갖춰 치열해지는 경제전쟁과 경제협력개발기구(O ECD) 가입에 따라 높아질 개방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은행의 합병및 흡수를 통한 대형화.선진화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일본의 새로운 소식은 우리에게 슈퍼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현실로 증명해준 셈 이 됐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방향도 각 금융산업간 진입장벽을 제거해 금융기관간 흡수및 합병 또는 업무제휴를 통한 대형화 내지 전문화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것이다.최근에는 96년부터 은행보험제도를 도입해 은행 체질을 개선시키 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러한 강화방안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은행의 대형화를 포함한 금융전업가의 육성 또는 금융전업그룹화라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금융전업그룹 형태는 은행이 주축이 돼 증권과 보험업을 겸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리고 그룹차원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조합을 개발해 공동으로 판매하는 업무상의 상호보완체제가 확립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우리나라에서 은행.증권 .보험등 금융기관은 분업주의에서 필요시 자회사를 통해 타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이 출자관계에 의한 외형상 그룹으로 형성돼 있다.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은행과 자회사간에 금융서비스 제공에 관한 기능관계내지 결합생산체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그러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세계 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금융그룹화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먼저 금융그룹의 모체가 되는 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하다.금융시장 개방과 더불어 대자본과 선진금융기법을 구사하는 외국의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들도 대형화해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슈퍼은행이 돼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일본은행들은 세계 1백대 은행에 26개은행이,그것도 상위 6위를 일본은행이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자산을 다합쳐도 세계 20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금융그룹내 금융서비스의 결합생산체제를 갖춰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그룹내 모기업과 자회사간에 공동으로 상호보완적인 금융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그룹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업무영역의 다양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예를 들면 은행의 대출채권을 증권사가 증권화하고 투자신탁회사가 이를 투자가들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은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수요에 부응해「고객의세계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은 「정보 슈퍼하이웨이 사회화」로 고객과 금융기관이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돼 장소와 시간으로부터 해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 버추얼금융시스템」시대에 이미 들어섰다.이에 대비해 국내 금융기관들도 국내 고객은 물론 해외 고객에 대한 소위 One-Stop-Shopping 서비스로 고객의 창출과 만족도 극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부주도로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보다 시장원리에 따라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융그룹이 형성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책임경영제의 확립.규제완화 등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금융전업그 룹화만이 우리나라의 금융업계가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새로운 세계화 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김창원 한일경제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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