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版 이주일 大阪府知事 요코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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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뭔가를 보여주겠다니깐요.』 9일 일본에서 실시된 통일지방선거에서 오사카(大阪)府 지사로 당선된 코미디언 출신 前참의원 의원 요코야마(橫山)노크(63)의 TV 인터뷰 장면을 일본말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지켜봤다면 틀림없이 이주일(李朱一)로 통하는 국회의원 정 주일(鄭周逸.55)을 떠올렸을 것이다.
우선 벗겨진 머리와 잘 생겼다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외모가비슷한 인상을 풍기는데다 설움많았던 희극배우 출신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생 역정이 비슷하다.
코미디언 시절 이주일이『얼굴이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하지만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자신을 선전했다면 일본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우스꽝스런 몸짓과 함께『빵빠방~ 금주의 하이라이트』라는 멘트로 시사풍자 콩트를 시작하는 요코야마의 모습이 각인돼 있다.
코미디의 다양한 기법 가운데 돋보이는 춤을 개발해 인기를 끈점도 비슷하다.
이주일은 양쪽 허리에 손을 갖다대고 오리처럼 엉덩이를 내민 채 뒤뚱뒤뚱 걷는「이주일 춤」을 유행시켰으며,요코야마는 앞머리를 꼬아 동그랗게 말아 올린 채 흐느적대는「문어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유사점은 단순히 외모나 코미디언으로서의 기량에국한된 것은 아니다.어려운 소년시절을 거치면서「먹고 살기위해」극단에 들어갔으며 희극의 세계에서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자신의일에 몰두했던 점도 너무나 비슷하다.
이번에 도쿄(東京)都지사로 당선된 같은 연예인 출신의 아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62)는 명문 와세다(早稻田)대학 상학부를졸업했지만,요코야마는 고베(神戶)의 구스노키(楠)고등소학교(중학과정)밖에 나오지 못했다.
강원도 고성(高城)태생인 鄭의원은 춘천(春川)고등학교를 다녔다.鄭의원은 정치 입문이후 경원(暻園)大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지금은 최종 학력이 대학원 수료로 되어있다.
요코야마의 당선을 지켜본 많은 일본사람들은 결코 순탄치 않은인생을 극복하고 부정(府政)책임자로 당당히 변신한 한 코미디언출신 정치가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애정과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어린 얼굴들이다.
『아오시마까진 몰라도 요코야마가 지사라니….일본의 수도와 제2의 도시에서 모두 연예인 지사가 나온 것은 마치 한 편의 코미디같아요』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연립여당이 지원한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前관방副장관에게 투표했다는 한 택시운전사는『정치가로서의 역량보다 연예인으로서의지명도(知名度)가 앞서고 있는 일본정치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장탄식했다.
[東京=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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