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킬러’ 박주영 - 정대세 내일 첫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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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주영(23·서울)과 정대세(24·가와사키). 국적은 남과 북으로 갈렸다. 긴 머리에다 눈꼬리가 처진 박주영은 짧게 자른 스포츠형 머리와 예리한 눈매의 정대세와 외모도 대조적이다.

경기 스타일도 판이하다. 박주영(1m82㎝·70㎏)이 힘보다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다부진 체격의 정대세(1m81㎝·80㎏)는 폭발력을 갖춘 파이터형 스트라이커다.

남과 북의 스트라이커가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가슴에 달고 맞붙는다. 20일 오후 9시45분 중국 충칭올림픽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다.

플레이스타일이 판이한 박주영<左>과 정대세가 20일 동아시아축구 2차전에서 맞붙는다. 두 선수를 합성한 사진.

전문가들이 한국의 우위를 조심스럽게 점치는 가운데 17일 개막전에서 나란히 골맛을 본 박주영과 정대세의 활약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첫 격돌한 남과 북은 지금까지 10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이제까지 성적은 한국이 5승3무1패(10골4실)로 절대적인 우세. 20일 경기는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둔 전초전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2년 만에 부활한 천재 박주영=한국 대표팀으로선 2006년 3월 1일 앙골라 전 득점 후 2년간 침묵했던 박주영이 되살아난 점이 반갑다.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4-0 승)에서 2도움을 올리며 부활을 예고하더니 17일 중국전 전반 43분 선제 헤딩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후반 20분에는 오른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켜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을 한층 깊게 해줬다. 이 골은 박주영이 전성기 때 기량을 거의 회복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남북 대결을 앞둔 박주영은 “아시아권 팀들의 수준은 다 비슷하다. 우리가 똘똘 뭉치고 좋은 플레이를 한다면 결과도 좋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대결 첫 출전하는 정대세=17일 일본전을 마친 뒤 정대세는 일본 취재진을 뒤로한 채 한국 취재진 앞에 먼저 섰다. 한국어는 어눌했지만 자세는 진지했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또 다른 조국이다. 경북 의성 출신의 부모를 둔 재일교포 3세. 부모를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했지만 그는 북한을 택했다. 정대세는 현란한 드리블과 빼어난 스피드, 날카로운 슈팅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다.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볼을 찰 줄 아는 선수”라며 경계했다. 지난해 6월 마카오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예선에서 8골을 몰아치며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던 북한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했다.

충칭=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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