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세상인에 일숫돈 꿔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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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가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싼 이자로 일숫돈을 놓는다. 300만원을 빌렸다면 하루 이자가 370원 수준에 불과한 ‘공공 일수대출’이다. 대출금리는 연 4.5%로 한국은행이 정한 콜금리(5%)보다 싸며, 대부업체의 이자율 상한(연 49%)의 10분의 1 미만이다.

이성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은 최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이런 내용의 ‘장터 쌈짓돈(마켓 론) 시범 서비스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래시장 상인조합을 통해 영세 상인들에게 점포당 200만~300만원을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출 기한은 최대 6개월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세 군데 시장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여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먼저 각 구청에 대출 기금을 내려보낸 뒤 구청에서 시장조합과 협약을 맺고 ‘장터 쌈짓돈’ 사업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시장조합은 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날마다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는 일을 맡는다. 이자수익은 시장조합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비로 쓸 수 있다.

대출기금은 시장당 3000만원 안팎으로 제한했다. 사업 대상 시장마다 10~15명이 싼 이자로 ‘공공 일수대출’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 상인들은 소득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며 “장터 쌈짓돈은 불법 고금리 사채에서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는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대출이라 사채업자들처럼 강압적으로 돈을 받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조합에 돈을 쓸 상인을 결정할 권한과 돈을 받아낼 책임을 함께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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