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3중 엔진’ … 곽승준 ‘기획’·김중수 ‘조율’·강만수 ‘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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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를 꾸려 갈 경제팀이 짜였다. 경제 정책을 주도할 핵심은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비서관, 김중수 경제수석 비서관,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다. 여기에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정종환 건설교통부 장관, 정운천 농림부 장관 후보자들이 뒷받침하게 된다.

핵심 3인의 외형상 특징은 중장년의 조화다. 곽 수석은 47세다. 김 수석과 강 장관 후보자는 각각 61세와 63세다.

이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지휘 아래 정책을 입안하고 기획·조정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를 책임지게 된다.

새 정부의 조직 개편 방향에 따르면 곽 수석은 국정 방향 수립 및 장기적 관점의 기획과 조정을 맡게 된다. 규제 개혁과 공공부문 혁신, 한반도 대운하, 과학 비즈니스 벨트, 새만금 개발과 같은 국정과제를 챙긴다. 미래 전략과 국정 방향을 정립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김 수석은 대통령과 경제 부처를 이어 주는 고리다. 그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경제부처의 업무와 현안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기 과제보다는 감세나 예산 절감과 같은 현안을 챙기게 된다.

강 장관 후보자는 경제 부처를 총괄하는 야전 사령관이다. 새 정부가 부총리를 없앴지만 신설될 기획재정부는 예산·세제·국고와 같은 재정 수단을 갖게 돼 경제부처의 실질적인 ‘큰 형님’이 된다. 강 장관 후보자는 부총리 간판은 없지만 다른 경제부처를 아우르고 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새 정부 초기에는 정책의 큰 틀을 청와대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경제 정책의 큰 틀을 그리면 경제부처는 색을 칠하는 구도다.

예컨대 감세를 하기로 청와대가 방향을 잡으면 신설 기획재정부는 세목별로 얼마나 세금을 깎을 수 있는지 따져 구체적 정책을 만드는 식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17일 국정운영 워크숍에서 “6개월 또는 1년마다 업무 성과에 대해 평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끼리 경쟁을 유도해 연평균 7% 경제 성장, 60만 개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와 같은 경제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들끼리 갈등이 생기면 국정 운영이 삐걱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곽 수석과 강 장관 후보자는 일찍부터 이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측근이지만 김 수석은 다르다. 그는 고건 전 총리의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당선인이 최고의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서 낙점됐다. 이 당선인과의 친밀도는 두 사람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경제수석과 나머지 두 사람 간에 호흡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이와 서열도 엉켜 있다. 청와대 대통령실의 선임은 국정기획수석이다. 경제수석보다는 서열이 앞선다. 장관보다는 서열이 낮지만 대통령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국정기획수석에 힘이 더 쏠릴 수 있다. 하지만 곽 수석은 김 수석보다 13살, 강 장관 후보자보다 15살 어리다. 관계 설정이 미묘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세 사람끼리 의견이 엇갈리면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면 경제 정책은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경제 분야 핵심 3인의 역할과 권한을 분명하게 나누고, 이들끼리 의견이 엇갈릴 때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경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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