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 2년 … 갈아타기 할까 말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2년 만에 가입자 50만 명을 넘어섰다. 적립금도 2조7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퇴직연금을 제대로 아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회사가 정한 방식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는 근로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관심을 기울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10년, 20년 뒤 은퇴할 때 손에 쥘 수 있는 퇴직연금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팀 박용조 팀장은 “퇴직연금은 장기 보험과 비슷해 작은 차이라도 오랜 기간 누적되면 엄청난 격차가 벌어진다”며 “초기에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식이 유리한가=퇴직연금은 크게 두 종류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진 뒤 퇴직 때 미리 정해 놓은 액수를 주는 확정급여(DB)형과 회사는 매달 일정액을 적립만 해주고 운용은 근로자가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이다. DB형은 퇴직 직전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주기 때문에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해마다 연봉의 12분의 1씩 적립해 주면 근로자가 이 돈을 굴려 퇴직 때 타가는 구조다. 따라서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임금이 들쭉날쭉한 사람에게 맞다.

바꿔 말하면 근로자가 돈을 굴려 생애 평균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으면 DC형이 낫다. 반면 투자에 신경 쓰기 싫고 자신도 없다면 DB형이 안전하다. 한국투자증권 김정권 기업연금팀장은 “1994년 도입된 개인연금을 보면 외환위기와 9·11테러, 카드대란을 겪었지만 평균 수익률이 연 15%를 넘었다”며 “과거 통계만 보면 임금상승률이 연평균 15%가 안 된다면 DC형이 유리했다”고 말했다.

◇DB형 가입자 DC형 전환 가능=회사가 DB형으로 가입했더라도 개인적으로 DC형 전환이 가능하다. 퇴직연금 도입 때 노사 합의로 두 가지 모두 선택했다면 근로자는 회사에 신청만 하면 된다. 다만 처음 도입 때 전환이 가능하다는 규약을 넣지 않았다면 먼저 노사가 DC형 도입에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일단 DC형을 택했다면 투자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과 똑같다. 다만 아무 펀드나 고를 수 있는 건 아니고 회사가 정한 운용회사의 추천 펀드로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분기별로 또는 연간 한두 차례씩 오는 운용기록도 잘 살펴야 한다. 투자 성적이 나쁘면 교체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연금 전문가들은 DC형이라도 노후자금인 만큼 수익률만 좇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수록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서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이를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수익률이 빠지면 회복할 여유가 없어서다.

미래에셋 박 팀장은 “초기엔 주식형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되 5년에 한 번씩 주식 비중을 줄여가고 50대에 들어서면 이를 10%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아예 30대 초반까지는 주식형에 30%를 넣다가 점차 채권형으로 옮겨 타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도 내놓았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