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연의IN-CAR문명] 카 오디오 길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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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주위의 많은 분이 차를 구입하면서 제게 ‘새 차 길들이기’ 요령을 묻곤 합니다. 아직까지 100% 확신할 만한 정답을 찾진 못했지만 각 동호회 게시판을 열심히 뒤져본 결과에 제 개인적인 견해를 종합해 보면 그나마 가장 믿을 만한 정설은 이런 것 같습니다. ‘1000㎞까지는 살살 몰다가 그 이후 고속도로에 나가서 카메라 잘 피해가며(?) 주욱~ 고속으로 밟아주고 엔진오일을 교체해준다’.

그런데 신차 구입자들이 흔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엔진 길들이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카 오디오 길들이기’라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 오디오 스피커 길들이기’라 할 수 있겠죠. 오디오 매니어들은 ‘스피커 에이징(aging)’이라고 하지만 ‘번인(burn-in·통전 테스트)’이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피커 진동판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음악 작업을 위해 수많은 스피커를 구입해 사용해 본 제 경험으로는 그래도 길들인 스피커가 그렇지 않은 스피커보다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전체 주파수대를 고르게 들려주는 웅장한 클래식 교향곡 CD를 하나 구하세요. 그리고 카 오디오의 고음과 저음을 중간에 맞추시고 스피커 앞뒤를 조절하는 페이더(fader)도 중간에 맞추시고 첫 일주일간은 아주 작은 볼륨으로 출퇴근 시간에 계속 틀어놓는 겁니다. 그 다음주엔 좀 더 큰 볼륨으로 틉니다. 이렇게 조금씩 볼륨을 높여가며 길을 들이는 거죠.

스피커는 진동, 즉 떨림으로 소리를 표현합니다. 새 차를 장만해 기쁜 나머지 첫날부터 저음과 고음을 최고로 해놓고 ‘쿵쿵쿵쿵~’ 하며 카 오디오를 혹사시키는 것은 마치 목을 풀지 않고 바로 무대 위에 올라 고음을 힘차게 뽑아내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요.

물론 요즘 오디오 기술이 발전해서 지나치게 섬세하게 스피커를 길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차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하루 중 즐거운 일상이신 분들은 꼭 한 번 해보기 바랍니다.

끝으로 간단한 오디오 상식 한 가지 더 알려 드립니다. 카 오디오뿐만 아니라 모든 오디오의 원음상태는 저음과 고음을 중간값에 놓았을 때입니다. 고음과 저음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을 때의 소리가 CD의 원래 녹음상태입니다. 자! 여러분의 카 오디오가 ‘뱅 앤 올룹슨’이 아니어도 방법이 있습니다. 맑고 고운 고음을 강조하고 싶을 땐 저음을 한 칸 줄이고 전체 볼륨을 약간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줄어든 저음 때문에 오리지널 고음이 손상되지 않고 여러분의 귀를 즐겁게 해줄 것입니다. 저음을 강조하고 싶을 땐 반대로 하면 됩니다.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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