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의 혼을 노래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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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11면

1960년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베트남 전쟁이 격화되며 냉전체제가 극에 달했고, 자신들만이 옳다는 흑백논리가 지배적이었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 체제는 고루하면서도 권위적이었다. 젊은 세대가 보기에 이 세상은 모두 바뀌어야만 했다.

미국과 유럽·일본에서는 반전운동·여성운동·흑인운동 등 다양한 민권운동이 68년을 정점으로 태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혁명을 원했다. 물론 결과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68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결과일 뿐이다. 체제를 무너뜨리는 근본적인 혁명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고, 68혁명의 본질 역시 정치에 있지 않았다. 68혁명의 핵심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였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지금도 68혁명의 의미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68혁명의 의미는 존재하는 모든 권위와 가치를 전복시키는 데 있었다.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이 세상의 질서를 근원부터 의심하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바꾸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

그것은 베트남 전쟁을 획책하는 제국주의에 대한 의심만이 아니라 스탈린주의로 치닫던 사회주의 제국에 대해서도 격렬한 비난을 퍼붓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68혁명은 문화혁명이었다. 중국의 폭력적인 문화혁명이 아니라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비폭력적인 문화운동.

문화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은 노래였다. 한국의 70, 80년대 학생운동에서 노래가 차지하는 역할이 대단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세계의 60년대는 노래의 시대였다. ‘누벨바그’로 대표되는 영화의 혁명도 존재했지만,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면에서 노래가 더욱 앞섰다.

영국의 비틀스, 미국의 밥 딜런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들은 비틀스와 밥 딜런의 노래를 부르면서, 서정적이면서도 전복적인 가사를 음미하며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비틀스와 밥 딜런은 기성세대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역할 모델이었고,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혁명가이자 구루이며 시인이었다. 그들은 40년의 세월이 흘러도 전혀 바래지 않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동안 비틀스와 밥 딜런의 모습을 영화로 만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비틀스는 ‘헬프’ ‘하드 데이즈 나잇’ ‘옐로 서브마린’ 등 직접 출연한 영화도 많았고, 밥 딜런에게는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이 있다. 비틀스와 밥 딜런의 한때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아임 낫 데어’는 조금 특별하다.

2월 14일 개봉한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스의 노래 33곡을 이용하여 만든 뮤지컬 영화다. 리버풀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청년 주드는 미군이었던 아버지를 찾아 미국으로 향한다. 뉴욕에서 만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던 주드는 루시를 만난다. 하지만 루시가 반전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틈이 생기고, 주드는 시위 도중 경찰에 붙잡혀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비틀스의 노래 ‘헤이 주드’와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에서 따온 주드와 루시가 주인공이고, 비틀스의 노래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이야기 전달 수단이 된다. 수시로 들리는 비틀스의 노래는 모든 상황에 적절하고, 감동적이다. 비틀스의 노래가 이토록 의미심장하고,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 노래였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비틀스의 노래를 원곡으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3월 20일 국내 개봉 예정인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는 밥 딜런에게 바치는, 환상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전기영화다. 시인·선지자·아웃사이더·로커 등 밥 딜런의 다양한 내면을 각각 형상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존재했던 시대를 증언하게 만든다.

단순히 본다라는 느낌보다는 밥 딜런의 내면을 탐험하는, 자아로의 여행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밥 딜런의 전기를 일반적인 극영화 형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저항적인 가사의 포크송으로 60년대 젊은이의 영웅이 되었지만 65년 ‘뉴 포크 페스티벌’에 전자기타를 들고 나와 비난을 받았고,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나간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 명성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 혁명가에게 굳이 전기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만들어낸 노래가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비틀스건, 밥 딜런이건 뮤지션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그들의 노래를 진정으로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비틀스와 밥 딜런의 노래를 들으면 68혁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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