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73) 인천 남구갑 한나라당 홍일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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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인천 남구을 지구당 위원장 경선에선 40대의 젊은 후보 세 명이 경합을 벌였다. 홍일표(48) 변호사는 당내 세대교체의 표상으로 불린 이 경선에서 2백표 차로 탈락했다. 그런 그가 최근 같은 인천의 남구갑에서 공천을 받았다.

“남구을 후보 경선에서 졌다고 남구를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갑과 을의 구분은 편의적인 것 아닙니까? 남구는 저의 정치적 터전이자, 제가 신명을 바쳐 일하기로 결심한 곳입니다.”

남구갑은 같은 한나라당의 현역인 민봉기 의원의 지역구다. 민 의원의 ‘도태’에 대해 홍 후보는 ‘당의 개혁을 위해 피할 수 없었던 진통’이라고 표현했다.

“개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바람입니다. 말 그대로 대세죠. 한나라당이 살아남으려면 지금까지의 낡은 정치를 모두 바꿔야 합니다. 인적 청산은 물론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돼요.”

스스로 ‘개혁적인 보수’라 자평한 그는 그러나 당내 신당창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총선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내분은 오히려 혼란만 가져올 뿐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예요. 다만 그런 정신으로 당이 나아가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

▶ 법률가 출신인 홍일표 후보는 사람의 중요한 기본권으로 ‘표현할 권리’를 들었다. 어느 집단에서든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 판사 시절 그는 신맹순 전교조 교사 집시법 위반 사건을 맡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로 공안부 검사의 항의를 받기도 한 그는 “노무현 정부의 ‘참여’ 코드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현직 변호사이다. 사법고시에 패스한 후 인천 지법을 거쳐 최근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다. 법조인답게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현실 정치도 이 나라의 건국이념과 헌정질서의 기본 틀 속에서 움직이되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법입니다. 국회가 입법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법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돼요. 국회의원을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다가는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계속될 겁니다.”

그는 판사 시절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을 둘러본 경험이 앞으로 국정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에 갔을 때 충격적이었던 건 환경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환경과 개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로선 불가사의한 일이었죠.”

그는 그와 같은 환경의 보존도 꾸준한 관리의 소산이더라고 말했다. 결국 경제가 잘 돼야 환경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관점에서 그는 “아직은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해야 하며,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 기조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분배와 복지도 중요하지만 있는 걸 무조건 나눠 주는 게 복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태에서 복지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어요. 노동시장을 활성화해 노동자들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 신인으로서 그는 현실 정치에 입문하면서 두터운 벽을 느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인들에게 불리한 선거법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기가 쉽지 않더라고 털어 놓았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어가는 것을 보며 한 가닥 희망을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의 간판만 보고 뽑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인물 경쟁력이 통하는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는 거죠.”

▶ 홍일표 후보는 "15년의 판사 생활, 5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정통 법조인으로서 정도를 걷고 정치 입문에 필요한 신뢰를 쌓은 것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이 정부 출범 후 우리 사회가 위험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우리 사회가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생각으로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임위로 법사위를 지망한다는 그는 “등원하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치인 상을 보여 주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을 합리적이고 동시에 보람 있게 쓰는 풍토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정치를 하겠다니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말립디다. 왜 새삼 그 더러운 진흙탕에 뛰어드느냐는 거죠. 하지만 더럽다고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우리 정치가 바뀌겠습니까? 정치란 특권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도 뜻이 있으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의 시스템을 한 번 바꿔 보고 싶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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