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배구 70연승, 딸은 농구 올스타…키다리 집안 "경사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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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인이 올스타 멤버에 뽑힌 지난 1일 밤 신치용-전미애씨 부부는 도곡동 집에서 딸 혜인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격려했다.[최준호 기자]

여자프로농구 신세계의 신혜인(19)이 '가문의 영광'을 이었다.

아버지인 남자배구 삼성화재 신치용(50)감독의 70연승 대기록 달성 다음날인 1일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출전선수로 뽑혀 경사를 보탰다. 지난 1월 말 프로농구에 데뷔하면서 '얼짱'으로 뜬 지 한달여 만이다.

'배구 황제'와 '농구 공주'. 거기에 신혜인의 어머니 전미애(45)씨까지 합치면 키다리 운동 집안이다. 어머니 전씨는 1979년 세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주역인 국가대표 포워드 출신이다. 아버지 신감독이 국가대표 배구선수 시절인 80년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결혼했다. 신혜인의 언니(혜림.21)만이 평범한 대학생이다.

키로 따지면 신감독이 185㎝, 혜인이 183㎝, 어머니 전씨가 177㎝, 언니 혜림씨 170㎝ 순.

*** 엄마도 70~80년대 농구스타

"서두르지 말고 덤덤하게 성실히 노력하라고 딸에게 얘기해줬어요."

1일 저녁 서울 도곡동의 아파트에서 만난 신치용.전미애 부부는 겹경사의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언니 혜림씨는 "혜인이가 근성도 있고 성실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시합을 위해 춘천에 가 있는 딸 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올스타에 뽑혔는데 어떡해. 나보다 나은 사람도 많고 난 실력도 부족한데…." "괜찮아.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해."(전미애), "못해도 당당하게 하고 결과는 당당하게 받아들여야지."(신치용)

특히 어머니 전씨의 요즘 하루는 얼짱 엄마와 감독 아내의 역할로 전성기 때 못지않게 바쁘다. 남편 신감독을 위해서는 고등어와 조기 등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내는 게 전부다.

*** "남편.딸 뒷바라지 정신없어요"

하지만 딸의 뒷바라지는 만만찮다. 모든 경기 때마다 농구장을 쫓아다니고, 녹화방송 시청도 놓치지 않는다. 물론 2일 우리은행과 맞붙은 춘천 호반체육관도 찾아 열심히 응원했다.

연초부터 쏟아지는 딸의 신문기사 스크랩도 빠지지 않는 일과다. "딸이 얼짱으로 처음 소개될 때는 황당했어요. 기사에 따라 웃기도 하고 화도 냈지만 요즘엔 여유가 생겼지요." 전씨는 딸이 얼굴만 예쁜 운동선수로 비춰지는 건 싫다고 했다. "태극 마크를 달고 엄마 세대를 능가하는 활약을 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요."

배구와 농구시즌이 모두 끝나는 오는 5월 이들은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를 계획 중이다. 각자 운동으로 바쁘다보니 지난 10여년간 가족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단다. 동해안을 따라 신감독의 고향 거제도까지 내려가는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전씨는 "모처럼 왕족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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