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파리패션쇼에 등장한 꽃모자 꽃드레스. [AP 연합]
계절이 바뀌면 패션 브랜드들은 프레스(기자단)를 불러 신상품 프레젠테이션을 연다. 행사가 유난히 많았던 요 몇 주 동안 샤넬과 펜디, 디올 등의 신상품을 보며 느낀 것은 유난히 로맨틱 스타일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증거 1 롱 스커트가 다시 왔다. 롱 스커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번도 주류 트렌드 대열에 끼어 보지 못했다. 땅에 끌리는 길이의 롱 스커트가 이번엔 드디어 기세를 펼칠 태세다. 이렇게 된다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집시를 떠올리는 티어드(teared, 층층이 붙은 주름 스커트) 스타일의 긴 원피스다. 올여름엔 땡볕 아래서 긴 치마를 입고 도시를 활보할 여성들을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더 많은 짧은 미니를 은근히 기대하는 남성들에겐 다행히 다른 좋은(?) 소식이 있다. 스커트 대신 짧은 반바지가 유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페라의 주인공인 카르멘이 입었을 것 같은 층층 주름이 있는 롱 스커트엔 왠지 남국의 정열적인 로맨스가 담겨 있는 듯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런 롱 원피스에는 굽이 높은 하이힐보다는 아주 납작한 통(thong, 납작한 슬리퍼 형태의 샌들)이나 줄이 얼기설기한 일명 ‘글래디에이터 샌들’이 딱이다.
증거 3 맑은 수채화 같은 파스텔톤의 색들이 올봄에 사랑받을 대표적 컬러다. 질 샌더와 셀린 패션쇼에서 선보인 색들은 화가들의 팔레트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화사했다. 이 파스텔 색조는 가장 패셔너블한 색이라고 추앙받던 블랙을 몰아냈다. 가을·겨울 시즌에 비해 봄·여름용 의상은 검은색이 약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화사해질 여성들의 옷장, 밝아질 거리…. 기대되는 봄이다.
강주연 패션잡지 엘르 부편집장